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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24. 2024

호흡일지도

0773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이 나를 결정한다.


생존의 차원만 흘낏 보아도 심장이 뛰는 일과 호흡 사이에서 일어나는 내 몸 안의 무수한 사건들은 자연스러운 현상과 지속된 의도가 짝을 이룬다.


신은 절반을 자신이 떠맡고 나머지 절반은 내게 선택권을 부여한다.(왜 신이 호흡을 담당하고 인간에게 스스로 심장을 뛰게 할 능력을 부여하지 않았을까. 이는 늘 미스터리한 의문덩어리였다.)


시간 앞에 놓인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의 절대적 지분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관건이다.


인간이 지금을 온전히 살지 못하는 것은 신이 개입한 부분이 거슬리거나 떠안은 책임에 대한 심리 경계가 모호한 탓이다.


그러니 carpe diem하지 못해도 자책하지 않을 명분은 분명 존재하고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인다.



글쓰기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신은 누구나 글자를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는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영역으로 슬쩍 나눠 놓았다.


능력이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말은 쏙 빼놓은 채!

호흡이 능력이 아닌 의지의 차원인 것처럼 말이다.


글쓰기를 적절한 요령과 타이밍으로 접근해서는 늘 기대에 못 미치고 글쓰기와 전혀 무관한 나의 무능을 들먹이며 미치게 하는 괴물로 변신해 수시로 괴롭힌다.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호흡의 수준으로 끌어당겨 다루지 않으면 글쓰기는 매번 도망갈 것이다.


본능적인 생존의지로 글을 쓰지 않으면 날마다 어느 누구도 아닌 나로 살아가야 하는 비밀을 평생 알지 못하는 숨겨진 불행을 감수해야 한다.


글을 쓰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이 저주임을 알아차리려면 불가피하다.


호흡의 글쓰기가 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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