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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23. 2024

글을 짓는 일

0772

글쓰기는 바람을 구해다가 밥을 짓는 것과 같다.


결코 모래를 가져다가 짓는 것이 아니다.(물론 쌀도 아니다)


쓰기의 방점은 독특한 재료가 아닌 창의적 행위에 있다.


글쓰기를 글짓기라고 칭하는 것에 주목할만하다.


가끔 글쓰기가 막히는 이유는 밥솥에 넣을 곡물의 한계에 집착한 까닭이다.


재료의 범주를 자유롭게 하고 밥 지을 온도와 방법을 무제한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제의 문장을 갈아엎고
오늘의 문장을 단장한다


남백자규가 여우女偶에게 나이에 비해 어린아이 같은 안색의 비결을 묻자 여우가 말한다.


吾聞道矣
저는 길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는 비교가 불가능하고 교체가 불가한 자유의 길일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요구나 누군가로부터의 가르침이 없는 그야말로 나만이 찾을 수 있는 이 절망적인 반가움이 이 길에 담겨 있다.


이어 남백자규가 길은 얻어 배울 수 있냐는 물음에 여우의 답은 놀랍다.


子非其人也
그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얄팍한 가르침으로 이 자유로운 길을 타인에게 떠맡길 어리석은 이가 되지 않으려고 글을 쓴다.


글을 짓는다는 것은 남이 만든 지도를 찢어버리고 나만의 길을 나답게 내는 아름답고 숭고한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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