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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l 24. 2024

모임과 모음

유혹

서 있다가 누우면 시작되는 거다.


ㅣ, 서 있다가,

ㅡ, 눕는다.


자세를 바로 잡고 마음을 잘 가다듬은 다음 한 글자씩 시작한다. 하루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생명의 줄이 세상을 향해 기어 나간다. 마음의 깊이만큼 글이 향하는 의미만큼 모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ㅁ ㅗ ㅇ ㅣ ㅁ,

자유 의지로 마음이 끌려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한 글자씩 한 단어씩  자신의 마음에 끌어다 안으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어떤 글을 읽고 나면 마음에 품고 만다. 당황한 예기치 못함을 어쩌지 못해 오래 안고 생각해야 한다. 기어코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여야 그 글 읽기가 끝난다. 그럼에도 긴 여운은 그다음 읽어낼 글의 마음을 낚으며 영원으로 남는다.

 

그렇게 읽는 사람들이 모인다. 그런 사람들이 글을 가져가고 마음을 가져가고 삶을 살아내며 세상을 이룬다. 그렇게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구독하는 글들의 깊이를 사랑한다. 마음을 열어주는 그 품에 뛰어들기도 하고, 어떤 시간에 머물기도 하고, 특별한 공간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나는 꼿꼿한 직립이 좋다. 모임!


계획을 짠다. 주도 면밀하게 큰 돗자리를 편다. 글의 마음보다 가치보다 글을 보러 오는 사람 숫자가 많았으면 좋겠나보다. 다른 사람들의 숫자 딱지보다 더 큰 딱지가 이름 아래 떡하니 박혀있으면 좋겠나보다.


ㅁ ㅗ ㅇ ㅡ ㅁ,

관계라는 미명으로 소통이라는 부제를 달아 다른 이름들을 이어 달고 이어 달고 또 이어 달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이어 달린다.


글을 쓰며 매일을 풀어놓으며 순진해 빠졌던 그때, 지금 나에게 이제 흐리게 남은 상처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내 글을 이어다 붙였기에 달려가봤다. 부끄러운 나의 글이지만 온 마음으로 썼기에 내 글을 공유한 분께 감사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구독하지 않았다. 얼마 후 우연히 들른 그곳에 내 글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하하, 웃었다.


너무 자극적이거나 너무 정적이거나 너무 현학적이거나 너무 과시적이어서 묵직하게 옆으로 누워야만 숨통을 유지할 수 있는 글이 있다. 모여들게 하지 않고 잡아다 끌어 앉혀야 직성이 풀리는 글이 있다.

 

나는 마음 없이 눕는 글이 밉다. 모음!


어느 모임에 나가도 모음만 흩날리는 바보짓은 하지 않을 테다.


ㅡ, 누웠다가도,

ㅣ,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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