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Jul 23. 2024

한 학기를 보내며…….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여러 어머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내일이면 드디어 27일간의 여름방학에 돌입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짧다고 아쉬워 하지만, 어쨌건 간에 4주 정도 쉬게 되었습니다. 저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생 학부모였던지라, 아이들의 방학은 부모님에겐 개학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방학 동안 부모님 말씀 잘 들을 수 있게 단디 일러두겠습니다. 폭염에 댁에서 아이들과 씨름하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생활계획을 세워 실천할 수 있게 일러두겠습니다.


한 학기 동안 우리 아이들과 아웅다웅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처음 만나던 순간보다 아이들이 더 성장하고 성숙해졌음을 느낍니다. 무탈하게 한 학기를 보낼 수 있었던 건, 믿고 맡겨 주셨던 여러 어머님들의 공입니다. 더없이 감사한 마음을 전해 올립니다.


2학에도 보다 더 활기차고 재미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어쩌면 하실 말씀이 많으셨을 수도 있으셨겠지만) 참아 주시고 기다려 주시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만나 한 학기 동안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모쪼록 폭염, 장마, 그리고 곧 올 태풍에 건강 지켜내시길 기원드립니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선 꽤 잘 쓰고 싶었지만, 아마도 그게 제 한계인가 봅니다. 화장실에 앉아서 샤워를 하기 직전에 아무래도 방학을 앞둔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 짤막한 카카오톡 메시지로 대신했습니다. 솔직히 다시 읽어봐도 어딘지 모르게 두서도 없긴 합니다만, 이런 글은 어디까지나 마음만 잘 전달된다면 믿기에 크게 손보지 않고 보냈습니다.


사실이 그랬습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저희 교실에선 크게 문제를 삼을 만한 일이 없었습니다. 담임인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이제 겨우 10살밖에 안 된 24명의 아이들의 인내와 노력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는 학부모들의 이해와 배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각양각색의 아이들만큼이나 다양한 어머님들이 어찌 저에게 하실 말씀이 없으셨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내색하지 않고 믿고 지켜봐 준 덕분에 드디어 여름방학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재충전의 기간이기도 하면서, 보다 더 재미있고 알찬 학교생활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교직에 와서 49번째로 맞이하는 이번 방학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8분의 설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