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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25. 2024

겨울이 오기 전에…….

네이버 블로그를 하던 때에 게 된 작가님이 한 분 계십니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여기에 오고 난 얼마 후 그분도 이곳에 들어오셨고요. 저와 나이 차이는 꽤 나는 편입니다만, 연배에 비해 진중한 글을 쓰시는 작가님인 분은, 저 같은 얼치기 작가지망생이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글의 결을 갖고 계신 분이십니다. 늘 그분의 글을 읽을 때마다 못내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게다가 그 작가님은 지금도 매일 직접 손으로 4000자 분량의 글을 쓰고 계십니다. 4000 자라고 하면 200자 원고지 분량으로 20장에 해당합니다. 이 정도 분량은 초기 설정 상태를 유지했을 때의 A4 용지로 환산하면 때 두 장 반쯤 되는 양입니다. 사실 하루에 쓰기엔, 그것도 매일매일 쓰기엔 결코 만만한 분량이 아닌 것입니다. 그 작가님을 볼 때마다 늘 제가 부러운 점이기도 하고요.


꾼이 꾼을 알아본다고 하지요.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별도로 말을 하지 않아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단번에 알아보곤 합니다. 그건 저에게 어떤 능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냥 오래전 우스갯소리처럼 척 보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사정이 그렇다 보니 특별히 저와 그분은 그다지 내외할 만한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금세 수시로 인사를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고, 개인 연락처를 교환한 뒤로는 종종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며 교류하곤 합니다.


너무 더웠습니다. 느닷없이 그 작가님이 생각났습니다. 내친김에 또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지금쯤이면 다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작가님의 사모님께서 출산을 열흘 남짓 앞둔 상황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지금쯤 언제 출산을 할지 모르니 여러모로 경황이 없으실 것 같았습니다. 몸도 무거운 데다 이 찌는 듯한 더위를 어찌 참아내고 계실지 염려가 되더군요.


이런저런 얘길 나누었습니다. 직접 만나진 못해도 같은 목적을 가진 누군가와의 대화는 늘 즐겁기 마련입니다. 최근의 근황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기까지였으면 좋았을 텐데, 무심코 오늘 저는 작가님이 시키지도 않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왜 굳이 그런 말을 했을까요? 올해가 가기 전에 2000편의 글을 쓰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게 올해의 저의 마지막 작은 목표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글의 편 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마는, 1만 편의 글을 쓰기 전에는 제 글에 대해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가끔은 그동안 제가 얼마나 썼는지에 대해 의식을 하기도 합니다. 말이 쉽지, 1만 편이라고 하니 앞도 보이지 않는 개 사실입니다. 오늘 그분과 대화하면서 얼마나 썼는지 한 번 살펴봤습니다. 1500편 약간 넘게 썼더군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은 2000편부터 쓰고 보자.'


그래서 아마 괜히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의 작은 목표라고 했습니다만, 이왕 말이 난 김에 보다 그 시기를 명확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 작가님께는 그렇게 얘기하진 않았으나,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즉 12월이 되기 전까지는 2000편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2000이라는 숫자가 제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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