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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25. 2024

모든 날이 눈이 부셨다고 합니다.

#14.

어제 퇴근길에 학교 잎에 오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버스운행정보시스템의 전광판을 확인하니 다음 버스의 도착 시각이 무려 45분 뒤였습니다. 폭염 경보가 연일 발령되고 있는 요즘 땡볕에 서서 그 긴 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린다는 게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마침 화장실도 가야 할 것 같아 버스정류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읍 행정복지센터에 들렀습니다. 그나마 이곳은 잠시라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참 이상하지요? 쉽게 말해서 읍사무소입니다. 그냥 기존의 명칭인 읍사무소를 사용해도 될 텐데, 굳이 '센터'라는 단어까지 써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심지어 여기저기를 다니다 보면 시설이 대규모로 조성된 어떤 곳은 행정복지타운이라는 이름까지 갖다 붙이기도 하더군요. 이건 논외의 얘기지만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야 할 정부에서 먼저 나서서 이런 짓을 하고 있으니 참 통탄할 노릇입니다.


어쨌건 간에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다 우연히 사진 속의 저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무슨 사진관 안에 설치된 사진촬영용 막처럼 생겼습니다. 막 앞에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옛날식의 걸상이 개 놓여 있었습니다. 마치 시골 어느 분교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오른쪽 편의 작은 강의실 같은 곳이 있었는데, 평생 대학이나 노인 대학 등에서 열릴 법한 강좌가 열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흔적이 저를 자극했지만, 보다 더 직접적으로 저를 뒤흔든 건 막에 새겨진 한 줄의 글귀였습니다.


어느 하루도 눈부시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꽤 유명한 대중가요의 노랫말 같기도 하고, 기억엔 없지만 어떤 책에서 읽었던 대목인가 싶었습니다. 아니면 웬만큼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 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듣기 좋은 말이 있을까요? 안 그래도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또 이 폭염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될 것 같은 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전적으로 저 말을 믿진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에겐, 단 한 번도 눈부셨던 날이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살아갈 날들이 제겐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날은 눈부십니다.


저 글귀는 분명 우리에게 그렇게 돌려서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시실 여부를 떠나 우리가 살아왔던 모든 날들이, 또 앞으로 살아갈 적지 않은 날들이, 눈 부신 날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산다면, 마치 주문이 마법을 부르듯 우리에게도 눈 부신 날들로 채워질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가득한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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