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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25. 2024

7.5점이었던 하루

2024년 7월 25일 목요일, 맑음


여름방학의 첫날을 무사히 잘 보냈다. 실시 첫날인 계절학기 프로그램도 무탈하게 진행했고, 참여한 아이들도 와서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갔다.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 들어가진 않았어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만 봐도 느낌이 왔다. 웃으면서 내일 봐요, 라며 하나들 아이들이 돌아갔다.


오늘은 대구 반월당에 급한 볼 일이 있어 프로그램을 마치는 대로 학교를 나섰다. 왜관역으로 가는 버스 시각에 맞추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최대한 덜 땡볕에서 버스를 기다렸고, 역에 도착해서는 무려 1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다. 칠곡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고 나서부터는 대중교통 운행 시각이 도무지 맞지 않아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하루 통근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형편이지만,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별다른 수가 없다.


한 시간 반을 기다리는 동안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남은 시간은 근처 커피 매장에라도 가서 시간을 때울까 싶었는데, 폭염 탓인지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였다. 결국 커피 매장엔 들어가지 못했다. 대합실에 앉아 이런저런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다 기차를 타고 대구로 왔다. 도착한 즉시 반월당으로 가 급한 볼 일을 보고 집에 오니 어느덧 저녁 무렵이 다 되어 있었다.


방학이 첫날을 보낸 느낌이 그다지 나쁘진 않다. 크게 보람 있는 일은 없었지만, 허투루 보낸 시간이 없었다는 데에 만족감을 느낀다. 내일도 분명 오늘처럼 이렇게 되어야 할 텐데, 약간 걱정이 되긴 했다. 나는 안다. 이 무사히 보낸 하루가 이틀이 되고, 다시 이틀이 사흘이 되며, 그러다 언젠가는 개학 전날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당연스럽게도 나는 선생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아이들 앞에서, 그리고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선생일 뿐이지, 나 역시 나만 생각한다면 아직도 내 삶 하나 주체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내일이라는 하루를 위해 얼른 잠에 들어야겠다. 10점 만점에 7.5점 정도는 주고 싶은 하루였다. 더는 욕심을 내지 않으려 한다. 7.51점의 평점이라도 받는 하루가 되었으면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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