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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26. 2024

금강산도 식후경

2024년 7월 26일 금요일맑음


계절학기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니 배가 고팠다당연히 먹어야 할 점심이 내겐 꽤 버겁다점심을 먹는 방법엔 대체로  가지가 있다먼저 교무실에 출근해 있는 사람들과 같이 먹는 방법이 있다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지만그것보다도 내가  방법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식사의 메뉴가 문제가 아니라밥을 먹은  금세 일어날  없다는 것이다밥을 먹은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밥을 먼저 먹었다고 해서 일어서는 게 결례이기도 하지만문제는 자연스럽게 나누는 환담 속에서 선뜻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난 그런 의미 없는 농담 따먹기 분위기가 반갑지 않다내게 그다지 의미라고는 없는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치며 선의를 가장한 미소까지 지어야 한다는 게 못내 불편하다.

 

못 들어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은 해도 그렇게 보내고 마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밖엔 안 든다그런데 참 우스운 건 그런 그들은 또 진지한 대화는 선호하지 않는다그냥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왜 저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까하고 말이다이게 어쩌면 그들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인가 싶기도 했다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굳이 내가 그 분위기에 휩쓸려야 할 이유는 없다오히려 난 그럴수록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밖으로 나와서 혼자서의 만찬을 즐기는 것이다누가 내게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어차피 내 돈 주고 사 먹는 거 내가 먹고 싶은 걸 선택할 수 있다무엇보다도 혼자 먹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날씨가 이렇다 보니 밥을 먹으러 오며 가며 힘을 다 뺀다는 것이다태양을 피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줄곧 태양을 등지거나 마주한 채 10분 남짓 걸어가야 한다왕복 20분 동안 거의 몸이 익어버릴 것 같이 느껴진다그나마 식당에 들어가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지만안팎의 기온 차가 너무 심해서 몇 번이고 코를 훌쩍이게 된다오뉴월 개는 안 걸린다고 했지만이 폭염이 오히려 내게 감기라도 안겨줄 기세다.


밥 먹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무런 불만이 없겠다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 안 먹을 수도 없고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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