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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27. 2024

방학 때마다 겪는 성장통(?)

2024년 7월 27일 토요일, 맑음


솔직히 오늘의 정확한 날씨는 모르겠다. 일어나기를 오후 5시 반 가까이 되어 일어났으니 낮동안 비가 왔는지, 흐렸는지, 아니면 쨍쨍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일어나 보니 더웠다는 게 오늘의 날씨를 적은 기준이 되는 셈이다. 아내에게 듣자 하니 두 번인가 소나기가 왔다 갔다고 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비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잠에 취한 상태였다. 누구는 글공부하느라 마당에 쌓아둔 볏짚이 떠내려가는 것도 모른다더니 어쩌면 딱 그 짝이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져 있더라, 도 아니고,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가 다 가고 말았더라, 였다. 솔직히 허망한 생각이 앞섰다. 그나마 지난밤에 온몸을 붙들고 놔주지 않던 몸살 기운은 꽤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아직 현직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시간이 10년은 더 남았는데, 생각해 보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방학 때마다 이런 길고 짧은 몸살 기운에 휘둘러야 한다면, 족히 스무 번은 앓아누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전에 우리가 국어 교과서에 나온 어느 시조 시인의 시처럼 다정도 병인 양 하여 잠 못 들어하다 보면 이런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31년째 친분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도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몸살에 시달릴 거냐고 묻곤 했다.

"야, 임마! 그게 내 마음대로 되면 내가 방학 때마다 이 난리를 겪겠냐?"

솔직한 내 심정이 그랬다. 길게는 사흘에서 짧게는 하루 정도는 방학 시작하자마자 날리는 셈인데, 그런 성장통을 내가 반가워할 턱이 있겠는가?


친구의 말처럼 이젠 좀 초탈해야 할 때도 된 것 같다. 아마도 이것도 연습이 필요할 테다. 이십여 년을 넘게 그런 방식으로 단련이 되어 온 내게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스타일의 내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과연 6개월 뒤에는 이 몸살의 통과의례가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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