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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29. 2024

지나 개나 글을 쓴다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종종 응원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굳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멘트로 제게 힘을 주는 분이 더러 있으니 제 입장에선 더없이 고마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이것입니다.

"지나 개나 글을 쓴다고 난리야."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뛰냐고 묻는 겁니다. 그나마 체면치레라도 해보려 제가 숭어인 척하지만,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그들에게 이미 전 망둥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망둥이가, 남이 한다고 해서 저까지 하겠다고 설쳐대는 그런 철없는 어른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걸 들은 적도 적지 않았고, 제 면전에서 그렇게 말한 이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나이에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안 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그들은 꽤 양반에 속했습니다. 나이 들어 토라지면 어린아이 못지않게 오래간다는 걸 익히 알고 있어서 그런지, 어떻게든 제가 마음의 상처를 덜 입게 얘기하곤 합니다. 아주 듣기 좋은 말로 조곤조곤하게 타이르듯 말합니다. 그냥 지금껏 하던 대로 조용히 살다가 때가 되면 소리 없이 떠나가는 게 순리에 맞다고 합니다.


사실 어찌 생각해 보면 그들의 따뜻한 조언이 영 터무니없는 게 아닌지도 모릅니다. 불교에 빠져 있는 제 친구 녀석은, '네 것이 아니면 욕심을 내지 말라'라고 했습니다. 욕심은 만병의 근원인 데다 나이 든 자가 탐욕적인 건 방법이 없는 일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입니다. 하긴 제가 글쓰기에 어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것도 아닐 텐데, 멀쩡히 잘 있다가 이제 와 이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도 생뚱맞긴 할 것입니다.


아마도 그들에겐 저의 이런 행동이, 비트코인이 제법 쏠쏠하니 그거라도 한 번 해볼까 하며 덤비는 사람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집을 마치 도장 깨기라도 하듯 유람하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물론 이럴 때 전 '지나 개나'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 이 말에, 사투리인지 비속어인지조차도 모르는 데다 요즘은 오히려 '개나 소나' 같은 말로 바꾸어 통용되고 있는 이 말에 제 열정이 침해받는 건 싫으니까요.


내로남불이라고 하던가요? 제가 하는 것은 열정일 수 있지만 그 열정을 다른 사람이 갖고 있을 땐 주책 혹은 추태로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나이면 하던 것도 그만할 때인데, 왜 안 하던 걸 한다고 난리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이 저에게 한 말입니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진심 어린 응원을 받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그것도 오래오래 격려와 지지를 받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그녀의 말은 제게 꽤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반드시 너에게 보여주고 말겠다.'

묻지도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어설픈 다짐만 남발하고 있습니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또 지킬 수도 없을 헛된 맹세를 혼자서 몇 번이고 되새겨 볼 뿐입니다.


저의 글쓰기는 열정일까요, 주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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