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여든두 번째 글: 저는 무슨 세대일까요?
오늘 아침부터 계속 이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학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 행여 누가 듣기라도 할까 봐 혼자 계속 중얼중얼거리며 노래를 읊어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누가 보면 비 맞은 누구처럼 뭘 혼자서 그렇게 구시렁대고 있냐고 할 것입니다.
조용필 씨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가수입니다. 제가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조용필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요? 당시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애창되던 대중가요 속에 철학이 느껴진다고 말입니다.
솔직히 제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요즘 노래는 들어보면 도무지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노래의 템포도 너무 빠르고 무분별하게 노래 전반을 도배하고 있는 영어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특히 랩 부분은 사람 숨 넘어가게 만들기에 딱 좋습니다. 쉽게 말해서 그나마 듣는 것은 어찌어찌해본다고 쳐도 직접 부르기는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 생각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건 누군가가 명백한 세대차이 때문이라고 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세대를 논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착오적 발상인지도 모릅니다. 안 그래도 세대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요즘, 세대를 논하는 건 소통을 활발하게 하려는 의도보다는 보다 더 철저한 경계 짓기를 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사고방식이 점점 굳어져 가고 마는 가장 좋지 않은 문화의 한 단면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여기에서 세대를 한 번 더 살펴보려는 이유는 각 세대를 지칭하는 그 많은 표현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한 데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어디에 속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뒤적여 보니 나름은 명쾌한 설명이 나옵니다.
베이비붐 세대(1940~1960년대 출생자)
86세대(1960~1969년 출생자)
X세대 (1965~1980년 출생자)
MZ세대(1990년대 출생자)
밀레니얼 세대(M세대) (1980~1980년대 중반 출생자)
Z세대(1990년대 중후반 출생~2010년대 초반 출생자)
알파세대(2010~2024년 출생자) ☞ 출처: 나무위키, '세대' 항목에서 발췌
우선 이 설명에 따르자면, 저는 X세대에 속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쉰세대'라고 했었는데, 절대 아닐 거라는 X세대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을 떠안게 된 듯합니다. 이에 반해 돌아가신 제 양친이나 장인어른 및 장모님은 베이비붐 세대에 속합니다. 그리고 지금 군에 가 있는 아들과 한창 공부하느라 바쁜 고3인 제 딸은 Z세대더군요. 마지막으로 교실에서 제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알파세대입니다. 아, 참고로 저와 관련 있는 학부모들은 소수의 X 세대와 다수의 MZ 세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끔 점심시간에 유튜브로 지나간 노래를 틀어놓으면 아이들이 다가와서 그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 노래가 왜 좋으냐고?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래인데, 하면서 말입니다. 어찌 보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로의 음악에 대해 평가를 내릴 때 상대방이 즐겨 듣는 음악을 꺼려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같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통 가사 전달이 되지 않는다며 요즘 노래를 듣지 않는 나이 든 선생님과 똑같은 이유로 지나간 명곡을 듣지 않는 요즘 아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영상 출처: 유튜브 KBS Media Music 채널 중, 조용필 '어제 오늘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