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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l 31. 2024

7월의 노랑

마지막 날, 나비가 오다

랑, 빛나는 마음을 알아본다. 의 땅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믿는다. 한병철이 그랬듯 나의 겨울 정원을 위해 나비의 노랑을 기억하려고 한다.



노랑나비가 나풀나풀, 내가 서 있던 그 높은 하늘에 얼마간 머무르다가 갔다. 그 머무름이 나의 7월을 마무리해 채우고 갔다. 


초록과 노랑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노랑나비가 7월에 와서 기쁘게 머물다가 작은 초록과 연두색이 가득한 숲이 있는 근처 공원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현실이 아닌 같았다. 


올 해는 봄에도 나비를 본 기억이 없다. 나비는 세상 속 곳곳에서 많이 날아다녔을 텐데 내 마음이 다른 것으로 들어차서 나비에게 눈길을 주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노랑나비의 밝은 빛은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기쁜 희망으로 변화해 가며 운명의 존재를 감지하는 그 퍼덕이는 날개의 상징을 기억한다. 신성하고 낙관적이며 다른 세상을 연결해 주는 길을 연다. 빛을 따라 그 길을 걸어가면 될 것이다. 


나비의 수명은 다소 짧지만 내가 본 멧노랑나비(Gonepteryx rhamni)는 나비 중 가장 수명이 길어 1년 가까이 산다고 한다. 노랑은 수컷, 연두색이 암컷인데 내가 본 나비는 노랑이었다. 그 노랑나비가 내게 생명을 선물하려나 혼자 웃는다. 생명이 어디까지 이어지든 간에 하루하루를 가득 채우며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자유와 해방을 의미하기도 하는 노랑나비는 삶의 새로운 장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날개가 있다고 아무 곳이나 날아다니며 하고픈 것을 닥치는 대로 하는 집착적인 충동은 자유와 해방이 될 수 없다.


해야 할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유유히 기쁘게 사는 것, 매일 새롭게 사는 것이 자유와 해방의 상태다. 어제의 기쁨이 똑같이 오늘의 기쁨이 될 수 없고, 삶이 언제 어떻게 덧없어지고 사라지는가 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에게 달려있다. 내일의 기쁨은 여전히 상상불가다.


나의 7월은 시간을 포개어 쓰며 전속력 달리기를 했던 이전 마음의 속도를 진정시켜 주었고 내게 남은 날들에 대한 가치와 깊이를 더 많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손을 내밀 곳에 용기를 냈고 신체 기능과 삶의 농도에 비례하도록 최대한 효율적으로 살았다. 


꾸준히 성실히 살아야겠다. 매일매일이 첫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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