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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05. 2024

문교부 시계는 간다.

2024년 8월 5일 월요일, 낮 최고기온 36도, 습식 사우나 식 폭염 경보 발령, 저녁엔 비


느지막이 청소를 끝내놓고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어디 특별히 갈 데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월요일은 오늘은 대구 전 지역의 공공도서관이 휴관일이라 나가봤자 사실상 갈 만한 데가 없었다. 기껏해야 돈 쓰고 커피 전문 매장에서 죽 치는 것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다만 작은방에 틀어박혀 공부하고 있는 딸이 내내 신경이 쓰였다. 아내는 일하러 갔으니 나만 집을 비워 주면 딸은 보다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늘 하는 말이지만, 천지가 개벽하는 한이 있어도 시쳇말로 국방부 시계와 문교부 시계는 간다. 문교부란 명칭이 도대체 언제적 명칭인데 하겠지만, 문교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로 명칭이 바뀌고 다시 교육과학기술부로 이름을 바꾸더니 기어이 교육부가 된 지금, 일제의 잔재가 어떠니 저떠니 해도 난 개인적으로 문교부라는 명칭이 제일 마음에 든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초등학교도 사실은 예전의 명칭인 국민학교가 더 합리적인 것이라고 본다. 어쨌건 간에 그렇게 문교부 시계는 째깍째깍 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수능을 101일 앞두고 있다. 요즘은 특히 그렇다. 집안에 팔순, 구순 노모가 있어도 고3 한 명만 있으면 모든 게 평정된다. 고3이 상전이다. 나 역시도 34년 전에 그 암울한 시절을 겪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힘들고 괴롭긴 해도 늘 고3 시절만 같다면 살만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나 나가니까 거실에서 나와서 편하게 공부해라."

특별히 내외하거나 나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집에 있다는 게 신경 쓰일 수 있다. 적어도 나 또한 그랬었다. 게다가 공부가 잘 안 될 때는 그로 인해 불똥이 내게 튈 수도 있다. 그 불똥을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여 내뱉게 될 한 마디로 인해 며칠 안 남은 아이의 마음을 흔들게 된다면 그건 죽기만큼 싫은 것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집을 나서자마자 사우나가 따로 없었다. 어디에 서 있어도 햇빛을 피할 방법이라고는 없다. 시쳇말로 돈을 치르지 않는 한은 시원한 곳에서 잠시라도 몸을 쉬어 갈 수 없었다.


'그래, 101일만 참자.'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튀어나왔다. 수능만 치고 나면 지금과 같은 살얼음을 걷는 분위기는 아닐 테니까 말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돌아다닌다. 오늘은 파스쿠찌에 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그 돈을 아껴야 한다. 그 돈으로 내일 출근해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내 주머니가 마르지 않는 샘물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그런 걸 기회비용이라고 하던가? 실컷 파스쿠찌에 들어가 시원하게 있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료수도 마시고 글도 두세 편 쓰고 나면 만족할 것 같지만, 출입문을 열고 나오면 이내 후회가 들곤 한다.


그때 돈도 거의 들지 않으면서 시원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생각났다. 3000원 미만이면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올 수 있다. 소요 시간 1시간 30분 정도, 그 시각이면 글 두어 편은 족히 쓸 수 있다. 그래, 이만한 피서지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지하철에 발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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