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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07. 2024

안전 안내문자의 실효성

2024년 8월 7일 수요일, 낮 최고기온 35도, 습식 사우나식 폭염 경보 발령, 오후 5시 이후 비 예상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안전 안내문자가 왔다. 원래 이런 문자메시지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시에 울리는 이 문자에 우린 필요 이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심지어 어떨 때에는 읽지도 않고 그냥 창을 닫아 버린다. 그냥 의례적으로 늘 보내는 문자겠거니 하는 것이다. 오늘은 어쩐 이유에서인지 문자메시지를 유심히 읽어 봤다.


폭염경보 발효 중.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수분 섭취, 그늘에서 휴식, 장시간 농작업 및 나 홀로 작업 자제 등 건강관리에 유의 바랍니다. [칠곡군]


사는 곳은 대구광역시지만, 직장이 칠곡군에 있다 보니 이곳에서도 안전 안내문자가 온다. 즉 나는 두 군데의 안전 안내문자를 받는 셈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문자 공해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문자메시지는 군민들의 안전을 위해 보낸 것이라는 믿음은 든다. 그런데 어찌 보면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말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하지만,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물론 그들이 아예 야외활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닐 테다. 불가피한 경우엔 야외에서 일을 하더라도 조심하라는 뜻이겠다. 또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늘에서 휴식하라는 대목이다. 지금 그늘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긴 한가 싶다. 물론 직접적인 햇빛은 피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 같으면 그늘에 있다고 해서 폭염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문자메시지를 안 보내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이것도 여간한 수고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조금은 더 실효성 있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종종 우리는 길을 가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마주치곤 한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말 몇 마디를 주고받고는 이내 헤어진다. 그때 우리는 으레 악수를 주고받으며 한 마디의 말을 건넨다.

"나중에 밥이나 한 끼 합시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건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왕이면 조금은 더 유용하거나 효과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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