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Aug 08. 2024

길거리 풍경

2024년 8월 8일 목요일, 낮 최고 기온 35도, 폭염 경보 발령, 늦은 오후에 비 예상됨


좀비 떼가 도시를 덮치기라도 한 건처럼 도로에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다. 누군가가 미국을 가면 차로 몇 시간을 달려도 사람은커녕 집 한 채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다. 간간이 걸어 다니는 사람이 눈에 띌 때마다 반갑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시원한 건물 안에 들어가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차 속에 앉아 있는 모양이었다. 마음 같아선 맞은편에서 누군가를 볼 때마다 인사라도 건네고 싶을 정도다.


좀처럼 이 빌어먹을 놈의 폭염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괜스레 이쯤 더위는 참을 만하다며 큰소리쳐 본다.

"야! 날씨 좋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나이가 지긋한 한 여성분이 웬 정신 나간 사람이라도 본 듯 쳐다보고 간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실내에 머물고 있다. 밖에 나오면 큰일이라도 날 듯 누구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이러다 문득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나면 어쩌나 싶다. 안 그래도 며칠 전 오래된 아파트에서 수천 세대가 정전되는 끔찍한 보도를 들었다. 과연 남의 일이기만 할까 싶다.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일 테다.


사실 저녁에 가끔 시원할 때가 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와 보면 선풍기만 틀어도 충분할 정도로 선선하기도 하지만, 문을 꼭 닫고 에어컨만 줄곧 틀어대니 바깥의 날씨를 알 방법이 없다.


지금도 에어컨 밑에 있지만, 역시 자연바람만 한 게 없다. 과연 언제쯤이면 에어컨을 틀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날이 올까?

매거진의 이전글 안전 안내문자의 실효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