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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2. 2024

무서운 세상

삼백 아흔일곱 번째 글: 항상 경계해야 하는 삶입니다.

출근 준비를 하던 중에 아내가 틀어놓은 TV에서 뉴스를 봤습니다. 몰랐던 소식이었으니 뉴스가 맞긴 합니다. 그런데 뉴스란 게 아무래도 좋거나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다소 비극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이 많은 법입니다. 이번에 들은 뉴스도 어찌 보면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3일 전인 지난 19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20대 남성이 40대 여성에게 둔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살인 미수 혐의로 가해자 남성을 붙잡아 조사하는 중이라고 합니다만, 대낮에 범행을 당한 피해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만약 저 범죄의 피해자가 제 아내나 딸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시나리오이긴 하나, 그 시나리오가 누군가에겐 현실이 되고 만 것입니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CCTV 영상을 보는 동안 정말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획 따위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사전에 어느 정도 모의했을 테지만, 딱 봐도 즉흥적인 혹은 충동적인 범행인 듯했습니다. 피해자를 300미터쯤 따라간 것과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만 빼면 말입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충동적인 범죄, 즉 묻지마 범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분명 본 사건의 피해자는 한 사람이지만, 반드시 이번의 그 여성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실제로 범인과 피해자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하니까요. 어쩌면 그 여성이 아니라도 여자라면 누구에게든지 범행을 했을 거란 얘기입니다. 그 말은 곧 어쩌면 여성 단체나 언론 등에서 충분히 여성 혐오형 범죄라고 단정을 지을 법한 범죄입니다. 사건의 본질이 어떻건 간에 약자이기 때문에 일어난 범죄, 그중에서도 특히 피해자가 여성이었기에 가능한 범죄라는 뜻이 됩니다.


다행히 피해 여성이 머리와 팔은 다쳤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이 말이 영 귀에 거슬립니다. 마치 생명에 지장만 없다면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들렸기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생명에 지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이런 유형의 범죄가 일어나선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를 떨 수밖에 없는 건 '현실에 불만이 있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진술한 범인의 범행 동기 때문입니다.


과연 살아가는 현실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이 한 사람뿐이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범행에 사용된 도구가 야구 배트로 보이는 둔기였으니 망정이지 만약 칼이었다면 이번에도 아무 죄 없는 여성 한 분이 안타깝고 허망한 죽음을 맞이할 뻔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희생된 사람들이 과연 한두 사람뿐이었을까요? 하필 그 시각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이, 또 범인의 눈에 띄었다는 것이 이런 어이없는 범행의 표적이 되어야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역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분노라는 것이, 또 분노 조절 장애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그 어느 누구든 순간의 치솟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발생하는 일이란 얘기입니다.


요즘 주위에, 아니 도처에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우인지도 모르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괴성을 지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가 하면, 주변에 누가 있건 없건 간에 뭔가 일종의 루틴처럼 단순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피하라는 신호를 주는 셈이니까요. 더 큰 문제는 평소에 아무런 내색도 없이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 어떤 누군가가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거나 혹은 억눌린 감정을 바르게 발산하지 못하면, 바로 그 시각 그 장소에서 선량한 피해자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인생이란 것이, 사람이라는 것이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웅크리고 있을 사람이 바로 제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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