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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6. 2024

쑥과 마늘

2024년 8월 26일 월요일, 낮 최고기온 35도, 폭염경보 발령


라라크루라는 모임에 들어갔다. 사실 운이 좋았다. 글쓰기 실력으로는 쟁쟁한 분들이 많은 곳으로 알고 있는 곳인데, 거기에 이번 9기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보면 난 꽤 행운아인 것 같다. 글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이미 책을 출간한 분들도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난 책 출간이 더는 목표가 아니다. 뭐, 이렇게 글을 쓰다 만약 책을 출간하는 날이 오면 더 없는 영광이겠으나, 출간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난 이미 그냥 내 글에, 현재의 내 상태에 만족하기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다. 어쨌건 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반드시 그 모임만의 규율이라는 게 있다. 이런저런 활동 수칙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내가 지키지 못할 것은 없었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 모임 속에서 하나의 도전 과제를 설정하고 모두가 이에 도전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인정받는 코너가 있었다. 정말이지 다양한 과제들이 많았다. 주로 독서나 글쓰기와 관련된 것이 많았지만, 그 외에도 예를 들어 운동이나 기상 미션 등의 다양한 과제들도 눈에 띄었다. 난 최근까지 본의 아니게 쉬어 온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대략 1년 정도 동안 운동했었다. 처음 몇 달은 집에서 운동했고, 이후에는 피트니스 센터에 나가 운동했다. 이것저것 안 해 본 것 없었다. 온갖 동작들, 다양한 미션들 다 해봤는데,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을 게 아니라면,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어 대회를 나갈 생각이 아니라면 상체, 하체, 복근 운동으로는 딱 1가지씩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푸시업, 스쾃(스쿼트), 크런치다. 물론 더 많은 동작을 하면 좋겠지만, 동작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 같은 경우엔 빨리 지쳐 나가떨어지곤 했다. 운동이 금세 싫어진다거나 오래 지속하기가 힘들고, 무엇보다도 자잘한 부상을 입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아무리 운동선수가 될 건 아니라고 해도 근력 운동을 하다 다치면 꽤 오랫동안 운동을 쉬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정한 과제는, 푸시업 100개, 스쾃 100개, 크런치 100개다. 이것만 해도 충분하다. 아니 이것만 하는 것도 어쩌면 벅찰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운동에는 욕심을 내는 게 아니다. 그 욕심이 내일까지, 혹은 모레까지, 또는 그다음 주까지 이어진다면 상관이 없지만, 결코 그럴 수 없다. 난 그걸 몸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라라크루에서 하는 이번 도전 과제는 이름이 참 재미있었다. '쑥과 마늘'이다. 왜 쑥과 마늘인가 했더니, 그거 먹고 사람 되어 보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도전을 통해서 새로운 나로 거듭나 보자는 의미일 테다. 너무 좋은 것이라 두 번 망설이지 않고 나도 덜컥 신청했다. 그리고 오늘 첫날 어쨌거나 도전에 성공했다. 덥다고 차일피일 운동을 미루다 근 두어 달 만에 시작해서 그런지 온몸이 후들거렸다. 고작 그거 해놓고는 온몸이 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이제 남은 83일만 이 쑥과 마늘을 꼭꼭 씹어 먹으면 나도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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