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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8. 2024

한 번 만에 선거가 끝나다.

2024년 8월 28일 수요일, 낮 최고기온 30도, 16시 10분 폭염경보 발령


아침부터 마치 가을이 벌써 온 것 같다며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랬다. 적어도 12시 이전까지는 전혀 덥지 않았다. 요 근래 이런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한 달 정도는 오늘과 같은 날이 없지 않을까 싶다.


이런 걸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런 탈 없이 임원 선거를 끝냈다. 게다가 이 학교로 옮겨 온 이후 처음으로 모든 선거가 단번에 끝났다. 몰랐는데 본교 선거 내규에 이상한 조항이 하나 있었다. 최다득표자의 수가 1/3을 넘지 못하면 입후보자들 중에서 다득표자  순대로 세 명을 가려 이들끼리 결선투표를 한다는 조항이었다. 너무 적은 표의 수로 당선자가 생겨나는 걸 방지하는 조항이긴 하나, 후보가 네다섯 명만 되어도 이 선을 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반은 최소 득표 하한선이 8표였다.


거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반장, 남자 부반장, 그리고 여자 부반장 모두 8표로 당선되었다. 그래서 한 번에 선거가 끝났다. 이런 일은 지극히 드물다. 작년엔 반장 선거가 동점 상황이 되어 재투표를 했고, 여자 부반장은 이 제한선에 걸려 다섯 번 만에 당선자가 나왔다.


혹 그러면 후보자를 적게 받으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왜 그런지는 요즘 세상을 감안해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간이 꽤 큰 선생님일 테다.


10시에 시작한 선거가 예상을 깨고 너무도 순탄하게 진행되어 마음이 무척 가벼웠다.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보냈다. 역시 기쁜 마음으로 퇴근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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