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 우편물
사백 두 번째 글: 이거, 너무 불편하네요.
어제 집에 가니 아파트 현관문 앞에 아주 작은 영수증 같은 게 하나 문 틈 사이에 끼워져 있었습니다. 뭔가 싶어 보니 등기 우편물이 제 앞으로 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이렇게 흔적을 남긴 모양이었습니다.
전표 같은 그 종이를 읽어 보니 내일, 즉 오늘 낮 9시에서 11시 사이에 다시 온다고 적혀 있더군요. 우편배달부가 직접 와서 꼭 제가 아니더라도 가족 중 누군가에게 전달하겠다는 겁니다. 다 좋은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나 아내는 그 시각에 직장에 있어야 하고, 아들은 군대에 가 있습니다. 고3인 딸은 당연히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중일 테고요. 그러면 그 등기 우편물을 누가 수령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도 같은 시각에 와 보고 아무도 없으면 대구 달서우체국에 맡아 두겠다고 했습니다. 하다 못해 딸이라도 가서 찾아 오려니 우체국에서 등기 우편물을 수령할 때에는 반드시 본인이 와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뭐야, 장난치는 거야?'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편배달부가 오는 시각엔 당연히 집에 아무도 없고, 결국은 본인이 가야 받아올 수 있다는 결론이 됩니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습니다. 등기 우편물은 우편물을 접수할 때부터 수취인이 받을 때까지 모두 기록하기 때문에 분실 위험이 적은 특수한 형태의 우편물이라고 합니다. 또 일반우편물과 달리 분실되거나 훼손되었을 때에는 해당 우편물에 대한 소정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일반우편물에 비해 참 장점이 많은데, 현실적으로는 적지 않게 불편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우편 업무 자체를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헛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자택 수령이 원칙이라고는 하나 우편물을 보내기 전에 먼저 유선으로 연락을 취해, 우편물을 수령할 본인의 직장으로 보내줄 수는 없었을까요? 아니면 집에 사람이 없더라도 예를 들어 아파트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 등의 별도의 지정된 우편물 수령처에 맡겨주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어떤 내용의 우편물인지 대충 알고는 있지만, 고작 그거 하나를 찾아가기 위해 피 같은 조퇴까지 써가면서 나가려니 심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병원 진료나 은행 업무 등으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조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기본 권리라고 해도, 담임교사를 맡은 입장에선 자유자재로 쓰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리자들에게 눈치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조퇴를 두 달에 한 번 정도 쓸까 말까 하는 형편입니다.
비단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직장에 매어 있는 사람이라면, 또 모든 가족 구성원이 낮에 학교로 혹은 직장으로 가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우편물을 수령하는 것 자체가 불가할 텐데 왜 이렇게도 사람을 번거롭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후 6시까지 오지 않으면 우편물의 수령 자체가 불가하다고 하니 저로서는 결국 조퇴를 쓰고 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작 중요한 순간이 오거나 또는 급한 일이 생겼을 때에 사용하려고 아끼고 아껴 둔 조퇴를 고작 이런 일에 써 버렸다고 생각하니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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