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Sep 01. 2024

벌써 9월

2024년 9월 1일 일요일, 낮 최고기온 34도, 폭염주의보 발령


벌써 9월로 접어들었다. 순식간이었다. 주말에 걸쳐 8월에서 9월로 넘어가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원래 시간이라는 녀석이 누구의 허락을 받고 지나가거나 올 리가 없다. 그 녀석은 그냥 자기 루틴대로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지금의 나처럼 언제 왔냐며 허둥대는 건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그래서 인간이, 아니 내가 어리석다는 것이다. 막상 오기 전엔 알 수 없다. 어떤 기분이 들지, 또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불시에 뒤통수를 후리듯 그런 지경이 되어야 알게 된다. 모든 면에서 늘 내가 시간보다 늦다. 8월을 보낼 때도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훌쩍 가버렸고, 정신이 들기도 전에 9월이 오고 말았다. 이미 왔으니 별 수 없다. 내게 시간이 맞춰질 리 없으니, 시간에 나를 맞춰야 한다. 최소한 내일 출근하면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시기라는 걸 감안하고 움직여야 한다.


9월은 이것저것 예정된 행사가 몇 가지 있다. 행사 자체로도 경황이 없겠으나, 행사에 앞서 가능할 때 최대한 진도를 빼놔야 한다. 안 그러면 학년말이 되어 진도를 나가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안 그래도 1학기 때보다 거의 1달 가까이 짧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행사 중에서는 아무래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열흘 뒤에 있는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이다. 그다지 볼 것도 없는 수업에 거의 대분분의 학부모들이 참여한다. 게다가 요즘은 옛날처럼 한 명만 오지 않는다. 부부가 동반해서 오는 것도 더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 좁아터진 교실 안에 아이들 수보다 더 많은 학부모들이 오곤 한다. 어쩌면 2학기 행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지도 모른다. 단 하루의 대면으로 나에 대한 많은 것이 학부모에게 각인되는 날이다. 애써 잘 보일 필요는 없다고 해도 굳이 밉보일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멍하게 있을 틈이 없다. 하루하루가 바쁠 테고, 그 하루들이 모인 1주일은 더 그럴 것이다. 바빠서 해가 될 건 없다. 그만큼 시간이 잘 흘러갈 테니까 말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주사위가 놓인 방향으로 쉼 없이 나아가야 한다. 내게 남은 선택지는 그것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갓바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