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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31. 2024

갓바위

2024년 8월 31일 토요일, 낮 최고기온 34도, 폭염주의보 발령


오늘 낮에 조금 무리를 했다. 평생 안 오르던 산을 올랐었다. 사실 산까지는 아니고 갓바위를 갔다 왔다. 갈 마음이 처음엔 없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가게 되었다. 그래도 이왕 간 김에 싫은 내색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싫다고 싫은 티를 다 내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아내는 오늘 사람들이 적은 편이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리 적은 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 험한 곳까지 기꺼이 오른 사람들이었다. 오죽하면 갓바위 입구 현판에 '해동제일기도성지'라는 문구가 있었을까? 가장 최근에 갓바위에 올랐던 것이 대충 십오 년 정도는 되었으니 얼마를 더 올라가야 하는지 목적지에 도착하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원래는 산을 오르는 것을 무척 좋아했었다. 뭐, 그리 자주는 아니더라도 기회만 되면 산에 오르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산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데도 무릎 관절에 너무 무리가 갔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오를 때가 그랬다. 아마 그 뒤로 어지간해선 산 오르기를 기피했던 것 같다.


사실 온 목적은 뻔하다. 11주쯤 앞둔 딸아이의 시험 대박 기원이라고 해야 할까? 등을 매달아 놓고 거기에 주소와 소원 성취 문구를 적어 놓은 무수한 결과물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어쩌면 돈의 문제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1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다양한 기도 옵션(?)들이 있었다. 심지어 근처 어딘가에 새로운 건물을 하나 짓는데, 기와를 올리는 식으로 해서 수십 만 원에서 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후원하는 방법도 있었다. 돈을 내는 사람의 입장에선 불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어서 좋고, 돈을 받는 사찰 측에선 그 돈으로 건물을 짓는 데 보탬이 되니 좋은 것이 아니겠나 싶었다.


때마침 공사 중이라 우회길을 만들어 놓아 이번엔 그 길로 갔다. 꽤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우회로가 조금은 더 편했던 것 같다. 오늘은 무탈하게 갔다 왔다. 그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뭐 해 볼 만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일도 가야 한다고 했다. 오늘밤은 잠을 아주 잘 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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