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Sep 01. 2024

차이는 한 끗

사백 네 번째 글: 이미 시작한 것은 끝을 봐야겠지요.

갓바위를 가면 주차장에서 내려서 차도와 인도로 구분된 곳의 인도를 지나가야 합니다. 대략 600미터쯤 될까요? 그곳을 지나면 산길이 나오는데, 산길은 약 800미터라고 합니다. 이 산길은 세 개의 구간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입구에서부터 볏짚 같은 것으로 엮어놓은 발판을 깔아놓은 길이 나옵니다. 그 길의 정확한 길이는 알 수 없습니다. 터덜터덜 걷다 보면 어느새 철제로 만들어 놓은 계단이 나옵니다. 앞선 발판이 깔린 길은 평지보다 약간 경사가 있는 편이지만, 이 철제 계단의 경사는 제각각입니다. 완만한 것에서 가파른 것까지 다양한데, 가장 가파른 것은 제 체력으로는 한 번에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드는 곳입니다. 마지막 구간은 돌계단입니다.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 길의 각각의 길이는 알 수 없습니다.


이틀 동안 가 보고 난 뒤 느낀 것은 발판이 깔린 글이 끝나면 드디어 철제 계단을 맞이하니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구나 하며 마음을 다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철제 계단이 끝나면 남은 돌계단만 지나면 드디어 정상이구나 하면서 또 한 번 숨을 돌리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한창 땀을 흘리며 오르막을 오르다 문득 이 지점에서 멈추었습니다. 여기가 마지막 구간입니다. 마의 구간인 셈이지요. 하다 못해 여기까지 왔다면 남은 구간이 아무리 힘겹다고 해도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쯤에 오면 숨을 헐떡이게 됩니다. 이제 다 왔어, 조금만 가면 돼, 하는 말도 너무 힘이 들 때에는 그리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머리 위에서는 목탁 소리와 청아한 불경 소리가 또렷이 들려옵니다. 그만큼 목적지가 가까이에 있다는 뜻입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이 돌계단이 100여 개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100여 개만 딛고 올라서면 드디어 정상입니다.


그러나 앞을 보면 아직도 까마득한 느낌이 듭니다. 그냥 이대로 돌아서 내려갈까 하는 마음이 잠시 들기도 합니다. 머뭇거리고 있으면 올라가야겠다는 의지가 약해질지도 모릅니다. 속된 말로 정말 한 끗 차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왼쪽의 사진이 바로 제가 이 지점에서 쉬고 있을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밑에서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난간 쪽에 최대한 바짝 붙어 있어야 했습니다. 오늘 두 번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이 길지 않은 산행도 이젠 쉽지 않습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마도 혼자 있었다면 슬그머니 그대로 몸을 돌려 아래로 내려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다 문득 발 하나를 계단 하나에 올려 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만큼 왔는데 어떻게 내려가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조금만 더 참고 가 보자, 하는 다짐이 저절로 생겨났다고나 할까요?


별 것도 아닌 것이지만, 오늘 전 꽤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듯, 모든 건 한 끗 차이였습니다. 뭔가를 시작하든 혹은 중도에 포기하든, 또는 한 번의 도전에 실패했을 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도전을 하든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든 결국은 한 끗 차이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마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발을 계단 한 칸 위에 내딛지 않았다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마 그러진 않았겠지만, 만약 그대로 내려갔다면 미처 다 오르지 못한 남은 그 구간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뻔한 소리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모든 것은 한 끗 차이입니다. 이건 앞으로도 뭔가를 할 때, 힘들어 주저앉고 싶거나 의지가 부족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앞만 보고 끝까지 나아가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다른 누구도 아닌 저에게 하는 당부입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매거진의 이전글 구하는 구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