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Sep 02. 2024

만선의 비결

0813

문장 하나만 완전할 수 있어도 하루를 살아낸다.


고작 밥 한 공기로 버텨내느니 펜을 들어야겠다.


무미건조함으로부터 우리를 구해낼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 시라고 사르트르는 말해주었다.


힌트가 명확한데 그것을 외면할 용기가 없다.


자꾸 엉뚱한 오답을 기웃거리다가 하루가 저문다.


삶을 더듬더듬 사는 것은
시를 너무 몰라서일까
시 아닌 것들을 너무 알아서일까


휘청거릴 때마다 없던 더듬이가 나타나 사라진다.


진실의 순간은 점멸등처럼 무심하게 윙크한다.



언어의 그물을 던진다.


촘촘할수록 엉성하게 놓치고 뒤를 돌아본다.


내가 지금 쓸 글이 있다는 것은 내가 지금 벌 돈이 있다는 것보다 경이롭고 안정적이다.


내가 지금 쓸 시가 있다는 것은 내가 지금 쓸 돈이 있다는 것보다 규모있고 사치스럽다.


하늘의 촉에서 잉크방울이 비처럼 내리고 있다.


이것은 빗방울이 아니다.


우산대신 노트를 머리에 쓰고 걸으면 그곳에 시가 담겨질 것이다.


번역도 필요 없고

표절도 영향 없다


하나의 문장만 낚아낼 수 있어도 오늘은 만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차이는 한 끗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