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4
불안은 안정으로부터 벗어나면서 길을 잃었고 불만은 만족으로부터 달아나면서 길을 잊었다.
잃었던 것들에게 쥐어주어야 할 언어는 무엇일까
잊었던 것들에게 안겨주어야 할 문장은 무엇일까
가장 아름답고 슬픈 단어들로 글을 뭉쳐 불안에게 던진다.
시퍼렇게 멍이 든다.
가장 처절하고 명랑한 표현들로 글을 뭉쳐 불만에게 던진다.
살짝 피하길래 다시 던진다.
빗맞으며 피가 솟는다.
통렬하다통쾌하다여전히불만스러워자꾸던지고던지고던지다지쳐주저앉는다
불만은 불만일 뿐 만족이 아니었다.
불만을 연신 패고 나니 불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잘 가라 또 보자
땅거미가 지고 나면 제 몸을 추스르고 밤새 치장을 하고 새벽을 은둔하다가 태양이 떠오르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대응할 언어를 반질반질 광을 내고 예리하게 그 끝을 갈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