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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03. 2024

불안과 불만

0814

실망스럽겠지만 읽을만한 글은 불안과 불만 사이에서 피어난다.


걱정이 되어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와 만족스럽지 않아 언짢거나 불쾌한 상태 사이에서 생각은 시간을 끌어안고 곰삭는다.


글을 쓴다고 해서 불안이 안정으로 돌아서고 불만이 만족으로 변신하지 않는다.


불안을 똑바로 바라보고 불만을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해서 글쓰기는 기능한다.


모호하게 부유하는 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괴롭히고 흔들어대는가.


포착하여 포획한 후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유순해지게 만드는 행위로 글쓰기만 한 도구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오늘도 지체 없이 한 줌의 불안을 가져다가 글을 짓는다.

오늘도 주저 없이 한 뼘의 불만을 옮겨다가 글을 세운다.



불안은 안정의 바깥쪽이고 불만은 만족의 안쪽이다.


불안은 안정으로부터 벗어나면서 길을 잃었고 불만은 만족으로부터 달아나면서 길을 잊었다.


잃었던 것들에게 쥐어주어야 할 언어는 무엇일까

잊었던 것들에게 안겨주어야 할 문장은 무엇일까


가장 아름답고 슬픈 단어들로 글을 뭉쳐 불안에게 던진다.

시퍼렇게 멍이 든다.

가장 처절하고 명랑한 표현들로 글을 뭉쳐 불만에게 던진다.

살짝 피하길래 다시 던진다.

빗맞으며 피가 솟는다.

통렬하다통쾌하다여전히불만스러워자꾸던지고던지고던지다지쳐주저앉는다

불만은 불만일 뿐 만족이 아니었다.

불만을 연신 패고 나니 불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잘 가라 또 보자


땅거미가 지고 나면 제 몸을 추스르고 밤새 치장을 하고 새벽을 은둔하다가 태양이 떠오르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대응할 언어를 반질반질 광을 내고 예리하게 그 끝을 갈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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