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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04. 2024

리토르넬로

0815

사이를 두고 반복한다.

차이를 두고 반복한다.


어쩌면 이는 비슷한 국면이다.


날마다의 루틴은 거의 유사하나 겹치는 법이 없다.


반복은 익숙하지만 간격의 균열은 매번 생경하다.


동일해지지 않으면서 동일한 운동을 가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변주가 분주해져야 한다.


비상하는 날갯짓과 착륙하는 날갯짓이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같을 수 없다.


일련의 날아다님도 이러한데 모처럼의 살아감은 유사반복의 착시로부터 구출할 명분이 분명하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 같다고 느끼거나

매일 눈을 뜨는 내가 당연하다 느끼거나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여전히 있는'게 기적같 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다.


왜냐하면 이제의 글은 이미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새롭게 살아가고 있을 때에만 유효하다


그래서 제대로 쓰고 있다면 매일 쓴다고 해서 글쓰기가 쉬워지는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슬픈 진실이 맞다.


하지만 반전에 가까운 반가운 예언이 있다.


글쓰기가 쉬워지지는 않으나 글쓰기를 멈출 이유를 찾다가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해 쓰게 된다는 것이다.


어제와 달라진 화분의 식물들이 조잘대는 소리들과  

어제보다 싱싱해진 사물들의 수다들이 앞다투는데

어찌 지금의 환상적인 순간을 기록하지 않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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