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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29. 2023

5분의 의미

스물세 번째 글: 나의 최대 집중력은 어느 정도인가?

어딘가에서 아이들의 최대 집중력이 30분이라는 대목을 본 기억이 난다. 그래서 대충 거기에 맞추어 초등학교의 1시간 수업 시간이 40분으로 맞춰진 건가 싶다. 동기유발에 5분, 마지막 학습 정리에 5분을 들인다고 가정한다면, 두세 가지 주요한 활동 등으로 보내는 시간이 30분이 된다. 바로 이 30분이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그건 결국 교사가 매 수업의 동기유발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집중력이 달라진다는 말이 된다. 즉 동기유발만 잘 되면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한 가지의 일에 몰입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최대의 집중력이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겠다. 말 그대로 최대한 집중을 잘하는 아이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리라. 실제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가 흥미 있는 수업을 만났을 때 30분 정도 바짝 집중해서 뭔가를 하려는 모습을 본 적은 있다. 물론 이 30분을 꽉 채울 만큼의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아이는 거의 없다. 더 긴 집중력을 보여 주는 아이가 학습 성취에 있어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자, 그러면 아이는 그렇다 치고 어른의 집중력은 얼마나 될까? 아이가 30분이라고 했으니 어른은 최소 1시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아이들이 이만큼이니 어른들은 못해도 그 두 배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할 만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른의 집중력은 오히려 아이들보다도 짧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많다. 게다가 어른의 집중력이라고 하면 멀리 볼 것도 없이 나나 아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솔직히 어른의 집중력 역시 30분을 넘기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아이들이 보이는 집중력보다 오히려 더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갖게 된다. 이건 아마도 유튜브 등에서 제공되는 짧은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해 온 잘못된 생활 습관 탓이기도 할 테다. 길어봤자 2~3분 정도인 집중력을 어른들 역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읽을 때, 30분이 아니라 1시간은 족히 매달릴 수 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나의 최대 집중력이 1시간을 훌쩍 넘어선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분야에 몰입할 때 그렇다는 것이지, 살아가면서 모든 경우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결국 이래저래 평균치를 환산해 보면 아마도 내 최대 집중력 역시 30분은커녕 10분도 채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난 5분이라는 시간이 내게 주는 의미를, 그리고 그 힘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그 어떤 과학적인 근거나 논리적인 근거 따위는 전혀 없다. 그저 내 경험에 근거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게 있어서도 5분이라는 시간은 대체로 보면 무척 짧은 시간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가고 싶어 하는 어딘가로 이동할 때에도 5분이라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5분이면 뭔가가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재미가 느껴진다 싶으면 끝이 나는 그런 시간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짧은 고작 5분이라는 시간이 무슨 힘이 있다는 것인가?

난 이 짧은 5분을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에 쓰고 있다. 바로 글감을 떠올리는 일이다. 내 최대 집중력이 길지 않아 그럴 수도 있을 테지만, 난 개인적으로 글감을 떠올릴 때 5분 이상 시간을 넘겨 본 일이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5분 이상의 시간을 들이면 그날은 글이 쓰기 싫어지거나 혹은 막상 써도 글이 뜻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글감인 '5분'을 떠올리는 데에 딱 1분이 걸렸다. 그래서 이렇게 또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었다. 이건 시간을 절약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내 경험상 시간을 더 들인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온다는 보장이 반드시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그렇게 급히 글감을 떠올리고 글을 썼으니, 겨우 이 따위 글을 쓴 게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글감을 떠올리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건 그다지 현명한 태도는 아니라고 믿는다. 아마 앞으로도 이 5분이라는 시간은 내가 수많은 글을 써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최소한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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