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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06. 2024

자체 잔업

2024년 9월 6일 금요일, 낮 최고기온 29도, 아침에 잠깐 비 온 뒤 갬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그친 정도가 아니라 집에서 나올 때 한 5분 정도 맞았던 그게 전부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더니 내 염원이 하늘에 닿은 모양이었다,라고 쓰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테다. 그렇게 쓰고 있는데, 난데없이 다시 비가 내린다. 마치 낮 동안은 참아줬다는 듯 부슬부슬 내린다.


정상적으로 퇴근을 했다면 비 만날 일은 없었을 터였다. 다음 주 수요일에 있는 학부모 공개 수업 준비로 자율적으로 잔업을 했다. 그것도 황금 같은 금요일에 말이다. 뭐, 그다지 일찍 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아무리 주말이 좋다지만 할 일은 해놓고 가야 한다. 그래야 한 이틀이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중학년이지만, 느낌상으론 저학년에 가깝다 보니 거의 모든 학부모들이 수업을 참관하러 온다고 한다. 이 나이에도, 이 경력에도 아직도 학부모 참관 수업은 신경이 쓰인다. 내 말 한마디, 내 동작 하나에 얼마나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갈까? 피트니스에서, 카페에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리고 길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굳이 책 잡히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웬만큼 준비한다고 해도 늘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껏 작성해 놓은 ppt를 열어 다시 훑어본다. 특정 장면에서 어떤 멘트를 날려야 하는지 고심한다. 가만히 보니 활동지로 쓰려고 했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다 뜯어고쳤다. 그냥 밋밋하게 활동지로 나눠 주기로 한 걸 그럴듯하게 친구사랑 엽서를 제공하기로 한다.


일단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끝도 없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늦은 시각, 배가 고프다. 밖에서 밥을 사 먹는 것도 마땅치 않아 아직 식전이다. 지금 가면 8시 반 전에 들어갈 수 있으니 차라리 집에 가서 밥을 먹는 게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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