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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08. 2024

어떤 친구들

사백 아홉 번째 글: 과연 이들을 친구라고 해야 할까요?

제게는 꽤 오래된 친구들이 몇몇 있습니다. 무려 6명이나 되는 친구들입니다. 있으면 참 든든한 친구들입니다. 만약 없다는 걸 가정한다면 지금 외로운 것도 외로운 것이겠지만, 말년의 그 외로움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친구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제가 고3 때였습니다. 그 길고 힘든 고통의 시간을 함께 했으니 다른 시간을 겪어온 것보다도 더 깊은 정이 새겨진 친구들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저만의 생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그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합니다. 저만 빼고 그들은 모두 기독교인들입니다. 네, 맞습니다. 고3 때 우연히 교회에 갔다가 만나서 알게 친구들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우리의 우정은 조금 각별했습니다. 머스마들만 저까지 포함해서 일곱 명이었으니 어딜 가도 무서울 것도 없었고, 거리낄 것도 없었습니다. 나름으로는 그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낼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은인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진의가 조금씩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계속 들곤 합니다. 물론 그들도 초창기엔 분명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때는 분명 순수하게 친구 대 친구의 관계로 지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예전의 그 순수함이 사라지고 만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사는 환경도 다른 데다 직장도 저마다 달라 요즘은 그들과 예전처럼 정기적인 만남을 갖지는 못합니다. 집안의 대소사 등에서 만나게 되거나 기껏 해야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할 정도인데, 볼 때마다 그들은 한결같이 그런 기색을 내비치곤 합니다.

"너도 이젠 주님의 품 안으로 들어올 때가 되지 않았냐?"

대놓고 이야기하면 질색을 하는 제 성격을 잘 아는지라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에 제가 그들의 생각을 못 읽을 리가 없는 것입니다.


사실 제 이름은 목사님이 지으셨습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모태신앙이었다더군요. 게다가 한때는 신학대를 가겠다고 설치기까지 했으니, 제게 믿음을 강요하는 친구들의 행동에 크게 무리가 있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어차피 저는 집 나간 자식일 뿐이지, 영영 자식이 아닌 사람은 아닌 것입니다. 언젠가는 돌아온 탕자가 되어 그들 앞에 서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 기독교의 교리가 어떠니 저떠니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교인들이 어떻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믿지 않는 자는 천국을 갈 수 없는 것뿐만 아니라 저들과 같이 할 수 없다는 그 생각이 저는 마음에 들지 않을 뿐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아니라고 단언할 분들이 적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구원의 길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독단적으로 선을 그을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의 삶이 아닐 것이고, 그런 삶은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세상의 그 어떤 사람도 존재해야 할 가치가 없을 테니까요.


종교라는 것은 각자의 취향과 생각에 따라서 가질 수도 있고 가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 어떤 신을 믿든 그 신을 믿은 대가는 성찰과 수련이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어느 한 신을 믿은 사람들만 올바른 길로 가고 나머지 믿지 않은 이들은 나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인생이라면, 그 인생을 우리가 살아야 할 무슨 당위성이 있을까요?


간혹 언제 한 번 보자는 연락이 그들에게서 오곤 합니다. 물론 제가 먼저 연락할 때도 있습니다. 요즘 뭘 하면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니까요. 저는 이들이 친구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들은 과연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만약 이 상황에서 제가 교회를 다니고 제 마음속에서 그들이 믿는 신을 영접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제가 이렇게 계속 버티고 있다면 결국 그들은 제게 더는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할 것입니다.


저들은 과연 저의 친구들이 맞을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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