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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08. 2024

뭐든 뜻대로 되는 게 있을까?

2024년 9월 8일 일요일, 오늘은 꽤 화창한 날씨였다.


어제 하루 종일 몸을 지배했던 몸살 기운이 말끔히 날아간 건 아닌 모양이다. 막상 걸어보니 다른 날보다 다리가 더 당기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비해 두세 배는 힘든 느낌을 갖고 걸어 다녔다. 가끔은 계단을 오르내렸다. 조금 힘겨웠다. 그래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이다. 오후 2시 반부터 밖에 나와 있었으니 대략 6시간을 밖에서 보낸 셈이다. 다른 날 같았으면 그 정도밖에 있었다고 해서 피곤함을 느낄 정도는 아닐 텐데, 오늘따라 더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몸살의 여파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보면 사람의 몸이라는 건 여지가 없다. 피곤하면 쉬어 줘야 하고, 도저히 움직일 여력이 없을 때에는 거두절미하고 드러누워야 할 테다. 하지만 어디 사람의 일이라는 게 그렇게 뜻대로만 움직일까?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왔으니 이젠 집에서 좀 쉬어야지, 싶어도 그럴 환경이 안 되면 그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지난밤에 잠을 못 이룬 데다 피로까지 겹쳐 당장에 쓰러질 지경까지 가더라도 당장 다음 날 중요한 일이 있거나 시험을 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코피를 쏟는 한이 있어도 무리를 해야 할 테다.


이 시각에 집에 가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하게 될지 생각해 보았다. 아내는 아마도 내일 직장에서의 일을 미리 준비한다고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있을 것이다. 딸은 여전히 자기 방에서 이제 두 달 조금 더 넘은 그날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다. 가장 할 일이 없는 우리 집 아들은 집에 와서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다 어쩌면 지쳐서 곯아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가장 속 편한 백성이 귀가를 하게 된다. 예전에 누군가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자는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긴장을 해야 하는데, 그 긴장감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척척 해 내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굴려 본다. 들어가면 제일 먼저 뭘 할 것인가, 하고 말이다. 어지간한 일은 이미 다 해놓고 나왔지만, 어디 집안일이라는 게 그렇던가? 돌아서면 생기는 게 자질구레한 집안일이다. 안 하면 그만이지만, 안 해 놓으면 누군가는 불편을 겪게 된다. 그런데 말에 어패가 있다. 밖에 있으면서 지금 당장 집안의 할 일을 어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할 수 없다. 미리 레이더를 켜놓고 들어가는 순간 샅샅이 훑어야 한다. 끝내 탐색이 성공해 뭔가를 말끔히 해치운다면 불편한 시선은 면할 수 있다. 멀리 집이 보인다. 슬슬 레이더를 발동해야 할 순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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