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Sep 15. 2024

마냥 좋진 않은 명절 연휴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낮 최고기온 30도, 태풍이라도 불듯 하루종일 시원했지만 결국은 고온다습해짐


추석인데 가을 날씨답지 않다고 다들 난리다. 너무 더워서 마치 추석은 처음부터 가을이 아니라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착각이 든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오늘 날씨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바깥은 너무 시원한데 갇힌 공간은 그 자체로 찜통이었다. 묘하게도 오늘 한낮은 그랬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필요 없었다.


미호가 사람을 홀리듯 날씨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진중한 사람이라면 날씨에 구애받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인지 나는 날씨에 일희일비한다. 태생적으로 난 진중한 사람은 못 되나 보다.


게다가 날씨에 따라 기분도 많이 좌우되고, 그 기분에 따라 하루도 다르게 움직인다. 기분이 좋으면 하루에 몇 가지의 일이라도 해내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그냥 멍하게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오늘 과연 뭘 했는지 돌아본다. 낮 동안 덥지 않았으니 컨디션이 나쁘진 않았다. 그 말은 곧 웬만한 건 다 하며 지낸 하루라는 얘기가 되겠다. 그냥 낮 동안은 어딜 가지 않았다. 아내 심부름으로 시장을 갔다 왔고, 쓰레기 분리 배출하러 밖을 나갔다 왔다. 글은 세 편쯤 쓴 것 같다. 그런데 연휴에 한 일 치고는 평일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기껏해야 영화 한 편 본 게 전부였다.


결과적으로 닷새 중 이틀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남은 사흘은 앞선 이틀보다 더 정신없이 흘러갈 게 틀림없다.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갔다 와야 한다. 오후에는 처가에 들러야 한다. 그렇게 어영부영 있다 보면 추석 당일은 속절없이 지난다. 그러고 난 뒤 남은 하루 정도를 겨우 쉬게 된다.


실컷 쉬고 웬 헛소리냐고 하겠지만, 그래서 난 연휴가 싫다. 특히 명절 연휴는 더더욱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요일 같지 않은 토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