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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Sep 15. 2024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

#23.

상식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어떤 것을 말합니다. 가령 사회적인 행동을 예로 들자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 그것이 곧 상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한 사람을 봤습니다. 최소한 제가 생각하는 상식과 그가 생각하는 그것은 다른 듯했습니다.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러 아파트 앞마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실컷 비우고 입구를 나오려는데 난데없이 차 한 대가 와 입구를 가로막았습니다. 웬 차인가 싶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유유히 차에서 내린 그 사람은, 차 안에 있던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더러 어떤 이는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곳에 올 때는 꽤 많은 걸 들고 오게 됩니다. 와서는 사진 속에 보이듯 저 지붕이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 짐을 부려 넣고는 종류별로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립니다. 저런 식으로 입구를 막아 놓으면 어쩔 수 없이 차들이 다니는 길목에 쓰레기를 일단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자기 차 안만 깨끗해진다면 남이야 어떤 불편을 겪어도 괜찮다는 뜻일까요? 도대체 낯짝이 어떻게 생겨 먹은 인간인가 싶어 쳐다봤습니다. 멀쩡하게, 아니 잘 생겼더군요. 물론 제가 거기에서 '사람이 다니는 통로에 차를 세우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한다고 해서 '아,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금방 차를 뺄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 때 한 마디 하면 큰 싸움이 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입이 간지러워도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괜한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봐도 못 본 척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은 다 가만히 있는데 당신은 뭔데 참견이냐,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저 인간은 왜 제가 자기 차를 찍었는지 모를 겁니다. 만약 안다면 저따위 무례한 짓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상식은 모두에게 통용되어야 상식입니다. 나에겐 상식인 게 누군가에겐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상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같은 논리로 반대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의 경우처럼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 차를 세우면 안 된다는 건, 더는 상식이 아니란 얘기가 됩니다.


생각할수록 안타깝기 짝이 없는 세상입니다. 도대체 어떤 것이 상식일까요? 어떤 것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상식이 되는 걸까요?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점점 넘쳐나고 있어 걱정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또 얼마나 안 좋아질지 염려가 됩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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