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사백 스무 번째 글: 바쁜 한 주가 될 것 같네요.
이번 주는 학부모 상담 주간입니다. 원래는 1주일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하필 오늘 오후에 출장이 있어서 저는 내일부터 상담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5일 동안 할 수 있는 상담을 나흘에 걸쳐서 해야 하니 결과적으로는 더 바빠진 셈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학부모 상담 주간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어쩌면 학부모를 만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보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학부모 상담에 대해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가장 기다리는 행사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이 상담 주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특정한 아이의 부모님이 누구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회를 빌려 직접 대면해 보면 그 아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워낙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격도 한몫할 것입니다.
저는 두 가지 큰 원칙 아래 상담을 해오고 있습니다. 첫째는 일과 후에도 저는 상담을 합니다. 공식적으로 학교에서 일과 후 상담을 명시해 놓지 않는 한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일과 중에만 상담을 시행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담 가능 시각은 오후 3시부터 4시 반까지입니다. 막상 몇 분 정도만 할 수밖에 없는 데다 많은 인원이 예정되어 있을 때에는 복도에 두세 명씩 대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곤 합니다. 전 이것이 싫어서 일과 후 상담을 합니다. 저의 상담 가능 시각은 오후 3시부터 밤 8시 반까지입니다.
제가 일과 후까지 상담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긴 합니다. 직장에 다니시는 부모님 같은 경우, 굳이 눈치 보며 반차를 쓰지 마시라는 뜻에서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아직도 어떤 직장은 반차나 월차를 쓰기 쉽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퇴근 시간 후에 상담을 하면 그분들은 그 소중한 반차나 월차를 꼭 필요한 다른 날에 쓸 수 있을 테니까요.
두 번째 상담 원칙은 별도로 정해진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 상담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점은 학부모님에게도 제가 적극 홍보하고 있기도 합니다.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저희 애들이 어릴 때, 아내가 하필 상담 주간에 중요한 업무 때문에 시간을 못 내는 경우를 더러 봤기 때문입니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학부모 상담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전화를 통한 비대면 상담 5건과 대면 상담 8건이 잡혀 있습니다. 계속 상담 신청을 받고 있어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비대면 상담에는 30분을, 그리고 대면 상담에는 1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날의 마지막 상담이 대면일 경우에는 뒷 타임이 없어서 1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작년에 어떤 어머님과는 무려 3시간 20분 동안 상담하기까지 했으니까요.
내일부터 시작되는 학부모 상담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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