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일 차.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저는 거의 글만 쓰며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뭐, 대단한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만, 이 글까지 포함해서 나흘 동안 총 38편의 글을 썼습니다. 네, 맞습니다. 글의 편 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글의 질적인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지요.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번 연휴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는 것과, 그런 점에서 저 나름으로는 잘 실천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싶을 뿐입니다. 조금 더 쓰고 싶기도 했지만, 중간중간에 농땡이를 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기에 대략 이 정도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으로 저는 이번 연휴 기간에 1800번째 글 발행에 성공했습니다. 다작이라는 제 필명에 걸맞게 평소에 다작을 목표로 하는지라 어찌어찌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온 셈이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기쁨이나 그런 건 없습니다. 다만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는 것, 그것 하나는 제게 꼭 칭찬해 주고 싶은 것이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흘 동안 어딜 갔다 온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인 오늘까지 나흘 동안 질리도록 집에만 있었습니다. 글 쓴답시고 집 앞에 있는 파스쿠찌에만 두 번 갔다 온 게 전부입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어딘가 여행이라도 다녀올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테지만, 이렇게 집에 있으면서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차리 저 같은 스타일은 여행이랍시고 어딘가로 나가 봤자 그곳에서 자고 들어오는 사람이 아닙니다. 꼭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저녁 늦은 시각에라도 집에 들어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니, 언제라도 제가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훌쩍 갔다 오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건 집에만 있다 보니 생긴 덤인데, 연휴를 통틀어 제가 밖에서 쓴 돈이 1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돈이라는 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막상 쓰려고 마음먹으면 아무리 큰돈도 돈 같지 않게 생각되고, 또 안 쓰려고 작정하면 얼마 안 되는 돈이라도 아낄 수 있으니까요. 돈은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쓸 데와 안 쓸 데를 명확히 구분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필요 없는 일에서 돈을 아끼면 하다못해 그 돈으로 책이라도 한 권 더 사볼 수 있을 테니까요.
순간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일 학교에 갔을 때 아이들이나 다른 선생님들이 연휴 기간 동안 뭘 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하고 말입니다. 사실 그대로를 말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머쓱합니다.
"나흘 동안 뭐 하셨어요?"
"네, 집에서 글만 썼습니다."
막상 글로 옮겨 놓고 봐도 영 별로입니다. 멋대가리라고는 없는 말입니다. 어디 가까운 유원지에라도 갔다 왔다고 둘러대야 할까요?
아무튼 나흘 동안의 연휴 기간을 무탈하게 잘 보낸 것 같아 후회는 없습니다. 또 언젠가 연휴는 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