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일 차.
뭐든지 적당한 게 사실은 좋습니다. 그런 걸 흔히 중도라고 표현을 하고 그런 중도의 선을 지켜갈 수 있을 때 우리는 중용의 삶을 살아간다는 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넘치는 건 넘치는 대로 좋지 못하고, 모자라면 딱 그만큼 아쉬운 법입니다. 그것이 사람의 인생이니까요. 이 야심한 밤에 너무 거창하게 말을 했습니다. 그냥 쉽게 얘기하겠습니다. 연휴 기간을 얼마나 잘 쉬었기에,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건지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어 견디다 못해 불을 켜고 일어나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노트북을 펼쳤다는 건 다시 글을 쓰겠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내일, 아니군요. 오늘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은 것이지요. 어쨌건 간에 네 시간만 있으면 나갈 채비를 차려야 합니다. 만약 그 시각에 잠들어 있다면 기껏해야 2~30분 정도 더 잘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귀한 시간에 이러고 있으니, 그야말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제 몸의 상태는 제가 압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다시 눕는다고 해서 금세 잠이 올 만한 상태는 아닙니다. 낮에 너무 많이 잤기 때문일까요? 글쎄요, 그건 자신 있게 어떻다는 말을 하기가 그렇네요. 어제 새벽 3시가 넘어서는 걸 보고 잠이 들어 오늘 낮 12시 조금 넘어 일어났습니다. 기상 시각은 늦었지만, 잠에 들었던 시간으로만 본다면 그리 많이 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지금 잠이 오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오늘 낮에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낮잠을 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사람이 자야 할 때는 자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별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밤을 지새우는 방법이 있을 테고, 버티다 버티다 잠이 오면 그때 자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지금 현재의 상태로선 전자가 될지 후자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쉽게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지만 마냥 밤을 지새우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속된 말로 우리가 흔히 나이를 거론할 때 앞자리 숫자에 민감함을 보이곤 합니다. 쉽게 말해서 앞자리가 3일 때는 밤을 새워도 체력이 끄떡없었습니다. 사흘 연속은 어려워도 일이 많을 때에는 이틀 연속으로 밤을 새운 적도 적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4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점점 힘겹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이틀 연속은 불가능했고, 그나마 하루 정도 하는 것도 부작용이 상당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5로 바뀐 뒤로는, 게다가 거기에 또 몇 년 더 지난 지금은 밤을 새우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마지노선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못해도 3시 전에는 잠이 들어야 합니다. 그래 봤자 2시간 반밖에 못 자지만 아예 뜬눈으로 지새우고 출근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낫습니다. 그냥 쉬운 말로 불면증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불면증이 아니라 잘못된 저의 수면 습관에서 기인한 듯 보입니다. 할 일이 있다고 해서 새벽 두세 시가 되는 걸 우습게 여기고 있으니 총 수면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주말은 다른 날보다 훨씬 더 많이 자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간단한 것도 제 스스로의 힘으로 안 되는 걸 보니 어이가 없긴 합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가 사실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굉장히 쉽고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가장 쉬운 것을 실천할 때인 듯합니다.
3시가 되려면 아직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 이 새벽도 결국 그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잠이 오게 될까요? 아니면 이러다 영영 잠도 못 자고 출근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가정이라도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건 사실상 제게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긴 연휴를 끝내고 오면 모두가 여독을 털어내지 못해 지친 표정으로 출근할 텐데,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밤을 새우고 출근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이쯤 글을 썼으면 잠이 올 법도 한데 도무지 기별이 오지 않습니다. 그 흔한 하품 한 번 나지 않습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야 하고 몇 번은 감았다 떴다를 반복해야 할 것 같은 타이밍에 오히려 더 또렷해지고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럽습니다. 애써 불면증이라고 저를 합리화하고 싶지만, 결국엔 저의 게으름과 나태함이 불러온 불면의 밤입니다. 과연 저는 언제쯤 이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게 될까요?
저녁 10시에 잠들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건 저에게 꿈에서도 이루지 못할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