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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08. 2024

숙면을 하고 싶어요.

256일 차.

1000일 글쓰기, 총 1000개의 글이 모여야 달성이 되는데, 오늘이 그중 256번째의 글을 쓸 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쳇말로 살짝 멘붕 상태에 빠집니다.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할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맨 위의 '제목'란이 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마치, '그래, 오늘은 네가 무엇에 대해서 쓰는지 한 번 보자'라고 하는 듯합니다.


일단 까라고 하면 깝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응할 겁니다. 네가 뭘 쓰는지 보자고 덤벼든다면, '그래, 지금부터 잘 봐라, 이렇게 쓸 테다'하며 써 내려갈 겁니다. 아직 제목도 정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말입니다.


새벽 2시쯤엔가 브런치스토리에 한 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잠이 안 오는 날은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대개 이런 날은 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두세 시를 넘어서면 잠 못 들 확률이 그만큼 커지는 것 같습니다.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눈은 말똥말똥, 그런 상태로 자리에 누워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 날이 샐 것 같은 느낌입니다. 네, 맞습니다. 결국 기어이 밤을 지새우고 말았습니다.


누군가가 나이 오십을 넘어서면 밤새기는 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잠이 안 오는 데 무슨 수가 있겠습니까? 약을 먹지 않는 이상은 별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학교에서 꾸벅꾸벅 조는 한이 있더라도 버티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 봤자 하루입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저희 반 학부모님들이 학교 인근 주요 길목에서 교통 봉사를 하는 날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이걸 꼭 학부모님들이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관행적으로 벌써 제가 초임 발령을 받은 후 25년 동안 단 한 해도 사라지지 않은 일입니다. 하루에 네 분씩 각자가 맡은 한 곳씩을 담당해서 총 5일간 하게 됩니다. 원래 제적 인원이 24명이지만, 네 분의 어머님은 벌써 고학년 형제자매가 있는 학급에서 봉사를 했기에 이번엔 20명만 서게 됩니다.


다른 학년이나 다른 반도 아니고 저희 반 순서이다 보니 며칠 전부터 내내 신경이 쓰였습니다. 혹시 어머님들이 잊어버리실까 싶어 수 차례 안내도 드렸습니다. 미리 약간 고급스러운 커피 음료 20개를 어제 퇴근길에 사들고 귀가했습니다. 날씨가 선선하다 못해 아침은 다소 추운 정도이니 음료는 상온에서 보관했습니다. 오늘 봉사 당번인 네 분의 어머님의 음료를 가방에 챙겨 넣고는 첫 기차를 탔습니다.


적어도 오늘 같은 날은 기차에 탔을 때 약간 긴장을 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좌석에 몸을 기대면 안 됩니다. 등은 좌석에서 반드시 떼야 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내릴 때까지 버텨야 합니다. 잠시면 괜찮겠지, 하며 등을 기댔다가 자칫하면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칠지도 모르니까요. 게다가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탔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린 상태로 정류장에서 하차했습니다.


으레 첫 차를 타고 오면 학교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야 합니다. 학교가 있는 블록으로 들어오는 버스가 있는가 하면 그냥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저 아래에서 측면으로 스쳐 지나가는 버스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략 700미터쯤 될 것 같습니다. 잠도 못 잔 정신으로 그 거리를, 그것도 언덕을 오르려니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여전히 눈은 말똥말똥하지만 정신이 들락날락하는 듯합니다.


지정된 네 곳에 서 있는 어머님들을 만나 음료를 드리고, 간 김에 몇 분은 옆에 서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이참에 조금의 친분을 쌓아봅니다. 화장실과 처가와 학부모는 멀면 멀수록 좋다고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부모와 친분을 쌓아 나쁜 건 없다는 겁니다. 무탈하게 오늘 당번인 어머님들을 다 만난 후 저는 교실로 들어옵니다. 확실히 실외보다는 실내가 더 견디기 힘든 것 같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피로가 몰려옵니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는 내내 서 있는 게 좋을 겁니다.


이제 겨우 10시를 조금 넘어섰습니다. 열두 시간 정도만 버티면 될 듯합니다. 과연 오늘 밤에는 무사히 잠이 올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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