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Aug 04. 2023

글을 쓰는 방식

세 번째 글: 저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하루 중에 줄잡아 2시간 이상 글쓰기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나서서 직장에 도착하기까지의 2시간, 저녁에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2시간 등 총 4시간 중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렇게 소모하고 있습니다.

다행일까요? 키보드가 아닌 이 작은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것도 이젠 많이 적응되었습니다. 여전히 글을 쓴다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긴 합니다.

또 아무래도 타이핑보다는 느려 생각이 손의 속도를 앞지를 때도 많아 더러는 꽤 괜찮다고 생각할 만한 표현들을 붙잡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대해선 어느 정도는 마음을 비우려 합니다. 어차피 그 어떤 방법을 쓰든 그때그때 떠오르는 모든 표현들을 다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별도로 주제를 정해놓고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사실 주제에 따라 글을 쓰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우선은 매일 뭘 써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어쩌면 방향이 정해졌으니 글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그만큼 수월할 것입니다. 아마도 가장 큰 장점은 읽는 사람이 하나의 통일성을 갖고 읽을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점이 많다면 으레 주제를 정해 놓고 글을 쓰면 될 테지만, 막상 그러려고 하면 가장 큰 문제맞닥뜨리됩니다. 바로 어떤 주제를 선정하느냐는 것입니다.


주제에 따른 글쓰기는 선정한 주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 혹은 전문지식이 필요합니다. 그게 없다면 글은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저 같으면 1000일 글쓰기에 도전 중인데, 천일야화처럼 매일 매일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그걸로 글을 쓰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래서 방향성은 부족해도 지금처럼 마치 일기 쓰듯이 블로그에 글을 한 편씩 써나가면 되는데, 주제를 선정하는 순간 이미 그것은 연재 방식의 글을 쓰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연재 형식의 글을 쓰긴 쉽지 않습니다. 일단은 흥미도 측면에서 후한 평가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굳이 주제를 설정한 후에 글쓰기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면 꽤 품을 들여 주제를 선정하는 어마어마한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이 주제만 정하면 된다고 하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이건 앞으로 쓰게 될 글의 내용도 미리 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웬만한 목차 정도는 나와야 다음의 진행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주제를 미리 정해 놓고 글을 쓰진 않습니다. 아니 그럴 깜냥이 안 되다 보니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의 글쓰기는 그야말로 자유 연상 방식적 글쓰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아침에 집을 나서면 오늘은 뭘 쓸지에 대해  고심합니다. 이런 것도 어느 정도 연습이 가능한 것인지 이젠 생각에 돌입한지 5분 내에 글감이 떠오르곤 합니다. 마치 고요한 수면에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가장 먼저 입질하는 놈을 건져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간혹 그다지 쓸모없어 보이는 놈이 올라오면 일단 버리고, 다시 생각에 빠지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경우는 손에 꼽을 만 합니다. 또 한 번 건져 올린 놈을 폐기처분한 적은 없습니다. 22주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쓰면서 나름 단련되어 온 효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이 좋은 날엔 글감과 관련해 꽤 많은 문장들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일단 그 모든 걸 다 붙들어 두겠다는 욕심부터 버리고, 가장 까먹기 쉬운 것부터 단어 중심으로 간단히 요약해 적어 놓습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은 글감만 있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첫 문장조차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첫 문장을 던져놓고 봅니다. 저의 경험으론 글감을 떠올리고 첫 문장을 적는 데까지 10분 이상 소요되면, 그날은 글쓰기가 불가능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때 첫 문장의 중요성을 따지면 실질적으로 글 쓰는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글을 완료한 다음에 첫 문장 혹은 첫 문단을 다시 쓰면 됩니다. 첫 문장의 중요성에 너무 함몰되어, 글을 쓰기도 전에 혹은 글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첫 문장 공들이기에 빠져 있으면, 문장만 다듬다 그날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닫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써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겠습니다. 너무 주제 넘은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러다 보면 글이 글을 몰아가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가 되면 글을 막힘없이 쓰게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육필 원고 VS 스마트폰(PC)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