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땅 사기
사백 서른세 번째 글: 그 많던 작가들은 왜 안 보일까요?
소설가 한강 씨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열기가 여전히 뜨겁습니다. SNS로 소통되는 세상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각계각층에서 축하와 찬사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름만 대면 누구라도 알 법한 연예인에서부터 운동선수, 심지어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마치 릴레이를 펼쳐가듯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런 모습들은 인간적으로도 마땅한 도리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 많던 문인들의 움직임은 왜 보이지 않을까요? 수많은 작품을 쏟아내며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곤 했던 문인들은 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요? 평소에는 그 많던 논평과 사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던 그들이 왜 이번 일엔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제가 못 찾아낸 것일까요? 아니면 제 눈에 안 띈 것일까요? 동병상련이라고, 글쓰기의 고충과 애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작가들(소설가, 시인, 수필가 등)이라면 이번의 성과가 어쩌면 두 번 다시는 없을 역사적인 일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축하의 대열에 뛰어들었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두고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들에게 이를 적용하려 한다거나 강요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으니까요.
소설이든 혹은 시든, 누군가는 함께 수상 후보에 올랐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 후보에는 거론되지 못했다고 해도 향후 몇 년 내에 수상 가능성이 언급될 만한 전도유망한 문인들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지금 이렇게도 조용한 걸까요?
하긴 축구를 예로 들자면 메시가 뛰어난 활약을 펼쳤을 때 호날두가 메시를 칭송하는 걸 본 적이 없고, 호날두의 성취를 두고 찬사를 보내는 메시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긴 합니다. 이 기이한 현상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이미 개인적으로 수상을 충분히 축하했을 것이고, 소설가라는 한 개인의 위대한 성취를 떠나 국가적인 경사가 된 이번 일에 대해 한마음으로 기뻐했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만, 줄곧 이런 편견 아닌 편견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모름지기 문인들이란 세상과 단절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작품 안에서만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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