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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6. 2024

주중의 중간

264일 차.

수요일입니다. 주중의 딱 중간에 이르렀습니다. 주말을 끝내자마자 이틀을 지냈고, 오늘이 가고 나면 다시 이틀이 남습니다. 언제가 되었든 그 느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는 다소 더디게 흘러가도 그 하루들이 모인 한 주간이나 한 달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지금까지는 분명 그랬습니다. 당연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평일이 되면 주말을 기다리고, 주말이 되면 시간의 흐름을 아쉬워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평일이구나 했다가 막상 주어진 시간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주말이 오는 것도 그렇고요. 단 하루도 다름이 없는 일상의 반복일 뿐입니다. 몇 번인가 제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던 것처럼 이럴 때에는 마치 시지프스가 되어 언덕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무거운 바위덩어리를 밀어 올리는 기분이 들기까지 합니다. 어차피 오늘 저녁이나 아니면 하다 못해 내일 아침이면 다시 제자리에 되돌아와 있을 돌인데도 밀어 올려야 합니다.


그러다 평범한 날과는 다른 어떤 일이 있으면 그날은 기억 속에 각인됩니다. 그런데 그런 날은 알다시피 거의 없습니다. 아레인 월요일과 어제인 화요일은 특별히 기억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학교에 출근하고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하교한 뒤에는 담임업무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다시 집으로 갔고요. 집에 가서도 제가 해야 하는 집안일을 처리하고 저녁 식사를 뒤에 써야 글을 썼습니다. 그러다 잠이 오면 잤고,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더러 늦은 잠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어쨌건 간에 해하는 일은 빠짐없이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은 하지 않으려 노력한 정도 외에는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했다면 그게 잘한 아닌가 싶긴 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실수할 만한 일을 줄인다면 그것이 곧 마음속으로 되뇌는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만드는 방법이지 않겠나 싶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본의 아니게 요즘 저의 최대의 화두가 되어버린 좌우명입니다. 무탈하게 하루를, 다음 날도 무탈한 하루를, 그렇게 하다 보면 그게 가장 잘한 아니겠나 싶습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주중에는 꼭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다는 게 결국엔 후회의 연속일지 모르겠지만,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 그 후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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