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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20. 2024

주말 연수

268일 차.

지금 대구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뜬금없이 주말연수가 있어서입니다. 무슨 연수가 일요일에 하냐고요? 현재까지 제가 알고 있기로는 내년부터 영어, 수학 그리고 정보 교과에 교과서가 지급되지 않고 AI 디지털 교과서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에 대한 연수를 받으러 가는 겁니다.


이번 연수는 온라인 연수와 오프라인 연수를 모두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집합 연수는 주중 연수와 주말 연수가 있더군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주중 연수도 싫어하기 마련인데, 주말 연수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막상 이런 식으로 주말 연수가 잡히면 사람들의 반발이 거세지곤 합니다.


먼저 주중 연수는 평일 중 이틀을 가야 합니다. 오후 세 시부터 여섯 시 반까지라 그렇게 이틀을 간다는 게 제겐 무리였습니다. 오후 시간을 이틀이나 날려 먹는다는 게 마뜩지 않았고요. 그래서 전 차라리 주말 연수를 선택했습니다. 오며 가며 글도 쓰고, 모처럼 연수 장소인 구미에 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어리석은 정책인지도 모릅니다. 안 그래도 아이들의 문해력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이유는 미디어 때문입니다. 더 강화해도 시원찮을 판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쉬운 말로 아이들을 더 바보로 만들려는 안이한 발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간혹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 위에 도대체 누가 앉아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학교 현장을, 현재 아이들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대로 된 안내 한 번 없었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현장의 선생님들의 의견은 어떠냐고 물어본 적도 없습니다.


뭐, 새삼스럽진 않습니다. 항상 이랬습니다. 한 번도 이 패턴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서든 의견을 듣는 등의 소통은 없습니다. 간혹 공청회를 열 때도 있으나 논의된 내용이나 특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된 건의사항이 적용되는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우린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라는 요식적인 행위일 뿐입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일방적인 결정에 이은 통보만 이루어집니다. 제가 너무 나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교육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이번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관련해서 많은 선생님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모든 교육 정책이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시행됩니다. 아직도 교육계가 수직적인 상하관계에 젖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라면 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라는 식이겠습니다.


뭐, 나쁘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기차도 타고 그 덕분에 이렇게 또 글도 썼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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