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입니다. 다시 또 한 주간이 시작되려 합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특별한 행사는 없는 주간입니다. 늘 해 왔던 대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별다른 행사가 없는 주간이 반갑기는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월요일 아침부터 널을 뛰어야 하니까요.
차분하게 시작하면 됩니다. 미처 털어내지 못한 피로를 달래면서 말입니다. 하필 어제는 주말 연수가 있어서 출근 아닌 출근을 했습니다. 그것도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한 연수라 나중엔 온몸이 늘어지더군요. 글쎄요, 어떤 면에선 유익했던 연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이 반가울 리는 없습니다. 조금은 더 원론적이면서 철학적인 고민을 했던 시간이라는 데에 의의를 갖기 때문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오후는 동학년 워크아웃이 열리는 날입니다. 원래는 어떤 장소를 정해 놓고 동학년 선생님들과 교육 현안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자리입니다. 학급 운영이나 수업 기술 등의 다양한 이슈를 놓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그런 시간입니다. 잘만 운영되면 꽤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특히 MZ 세대 교사들은 그런 자리를 반기지 않습니다. 그냥 일찍 집에 가거나 개인적인 볼 일을 보는 걸 더 선호합니다. 학년 초에 딱 한 번 그게 전부였습니다. 두 번째 워크아웃부터는 실시 전에 의향을 미리 물어보곤 합니다. 억지로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시간을 갖자고 하면 따라오긴 하겠지만, 이제 그렇게 해선 안 되는 시절입니다.
혼자만 그리 생각한다고 해서 밀어붙일 순 없는 일입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개꼰대 학년부장이 되고 마는 겁니다. 어차피 민주주의 사회는 다수결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동학년 워크아웃은 그래선 안 된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 서로 소통하고 정보도 교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는 생각은 마음속에만 담아둬야 합니다.
어쩌면 그 덕에 저도 어제 두 번 망설이지 않고 주말 연수를 신청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간에 오후는 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오후는 분위기 괜찮은 곳에 가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참입니다. 차도 한 잔 마시고 책도 좀 읽어볼 계획입니다. 물론 글도 쓰고요.
저희 아들이 늘 제게 요구하는 게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원리가 어떠니 원칙이 저떠니 따위의 말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 게 통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합니다. 시대의 변화를, 아니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에 맞서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뭐, 좋습니다. 저도 이참에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손해가 될 일도 아닙니다. 다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럴 거면 동학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합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두 권의 책을 가방에 넣어 왔습니다. 먼저 눈에 끌리는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한 주를 시작하느라 정신없는 월요일에 한 잔의 차와 함께 책 읽고 글도 쓰는 시간을 갖는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합니다. 이번 한 주도 순탄하게 시작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