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1: 10월의 마지막 밤
시간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 설마 했다가 깜짝 놀라곤 합니다. 1월 1일이 엊그제 같았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냐며 뒷북치는 꼴이라고나 할까요?
그나마 요즘은 이 노래에 대한 인기가 조금은 누그러든 느낌입니다. 이제는 세대가 바뀌었다는 뜻이겠지요. 함께 공감할 사람들이 줄었다는 의미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에선 이 노래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직도 과거라는 시간에 매몰되어 있는 구세대들은 이 노래를 듣지 않으면 마치 10월의 마지막 날을 넘길 수 없다는 듯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마음을 느끼곤 하는 모양입니다.
문득 이건 어쩌면 제야의 종소리 같은 효과로 우리에게 다가와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제야의 종소리가 들려오는 1월 1일 0시가 되면 우리는 모두 지나간 해의 묵은 때를 털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제야 우리 앞에 펼쳐질 또 다른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건 지난해를 보람 있게 보내었건 혹은 그렇지 못했건 간에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우리에겐 연례행사처럼 인식되는 '10월의 마지막 밤'이 이런 의미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10월 31일이 되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해의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의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초에 수립한 목표에 대해 얼마만 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아쉬운 점은 없는지, 그리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은 두 달 동안이라도 어떻게 보완해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점검해 본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해서 각자가 내린 결론을 다음 날인 11월 1일부터 실천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남은 두 달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년 중 열 달은 허겁지겁 보내고 말았더라도 남은 두 달이라도 의미 있게 보내겠다는 다짐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바로 그 신호탄이 가수 이용 씨의 '잊혀진 계절'입니다.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는 때가 10월 31일인지도 모릅니다.
어딜 가나 그렇게 들려오던 그 노래가 더는 들리지 않았는지 몇 년은 된 것 같습니다. 이젠 의식적으로 찾아서 듣지 않으면 그 노래를 듣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그 기억이 있는 한은 10월 31일만 되면, 10월의 마지막 밤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청승 아닌 청승을 떨 것 같기도 합니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입니다.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정도가 아니라면 이제는 잊혀지고 있는 그 노래를 꺼내 들고, '10월의 마지막 밤'을 음미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