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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02. 2024

빈둥거린 하루

281일 차.

오늘은 글쓰기 시작이 많이 늦었습니다. 뭘 했는지도 모르고 시간만 훌쩍 흘러가 버린 느낌입니다. 한참 뭔가를 하다가 우연히 시계를 봤습니다. 벌써 오후 6시가 지나고 있더군요. 토요일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고 말았습니다. 역시 주말에 집에 머무는 건 그다지 추천할 만한 일이 못 됩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방 하나를 둘러매고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밖에서 돈을 조금 돌아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뭘 그리 대단한 걸 하겠답시고 집에 눌어붙어 있던 게 화근이 된 듯합니다. 갈등과 선택의 상황에서 늘 익숙한 패배의 경험을 하곤 합니다. 어차피 한 가지를 선택하면 나머지 다른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합니다. 두 가지 다를 가지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겠지요. 그런데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제가 선택했던 그 한 가지가 옳은 판단이었나 싶기 때문입니다.


주말 이틀 중의 하루를 날려 버리고 말았으니, 이제 남은 건 일요일 하루뿐입니다.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결국 내일은 또 그 나름으로 마음이 쫓기는 하루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내일은 모처럼만에 가까운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에 가보고 싶다고 계획했단 참이었습니다. 구미역 일대에서 라면 축제를 한다고 하더군요. 벌써 며칠 전부터 내일 축제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상태이긴 하나, 과연 그곳에 갈 수 있게 될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


시간이라는 건 늘 제게 그러했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가고 나면 그동안 뭘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실컷 시간을 다 흘려보내놓고는 생각합니다. 과연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한 번의 주말을 보내고 나면 다음에 돌아오는 주말은 꼭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만, 마치 거짓말처럼 그때의 기억은 깡그리 잊은 채 또 비슷한 패턴으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해서 이만큼 오늘의 첫 글쓰기가 늦어지고 만 것입니다. 뭐든 그런 것 같습니다. 뭔가를 하려면 때가 있는 법입니다. 아침부터 혹은 낮부터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어야 글을 쓰는 것도 신명이 나는 법인데, 오늘이 다 가는 시점에서 겨우 오늘의 첫 글을 쓰고 있으니 글을 쓰는 것에도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얼른 마무리하고 나서 쉬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이 있어선 안 되겠습니다. 물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오늘과 같은 날이 충분히 몇 번은 반복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매번 사람이, 아니 제가 그렇게 긴장을 하면서 사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요. 느슨해져 가는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마냥 이렇게 보내기엔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것입니다.


이미 시간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간 것에 대해서는 더 미련을 가지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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