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Nov 01. 2024

바쁘게 사는 사람들

280일 차.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이 금요일이란 걸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흔히 그렇듯 머리는 완벽한 리셋 상태가 되는 듯합니다. 휴대폰 상단을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립니다.


11월 1일 금요일


오늘은 두 가지 점에서 놀랄 만합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금요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럴 때 시간이 야속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요? 또 이번 한 주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생각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주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생각의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또 이번 주말에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싶습니다.


두 번째로 놀랄 만한 점은 벌써 11월 1일이라는 겁니다. 뭘 했다고 벌써 11월이냐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일단 마음은 그렇습니다. 그다지 한 것도 없이 11월을 맞이한 기분이 듭니다.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한 건 적지 않은데, 글쓰기를 제외하면 열 달이라는 시간을 마냥 허송세월로 보낸 느낌입니다.


자그마치 열 달을 이렇게도 허망하게 보내고 말았으니 남은 두 달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두 달이라도 잘 보내야지 하는 마음을 먹어봅니다. 늘 그러했듯 얼마 안 가서 금방 30일이 될 듯합니다. 그러면 그때 가서 또 시간이 너무 빠르네 마네,라는 말을 하고 있을 테지요.


항상 한 박자가 늦곤 합니다. 조금 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월 초가 되기 전에, 매월 말일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다면 시간적인 낭비를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가버린 시간만 탓하고 있지는 않을 테지요.


왜관역에서 내려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중입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다른 날에 비해 교통량이 많고, 오고 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게다가 이것저것 짐을 실은 포터 트럭이 자주 눈에 띕니다. 사실 주말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럴 일도 없는데, 다소 의아한 광경입니다. 무슨 축제라도 열릴 듯한 분위기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 이내 무릎을  칩니다.


그러고 보니 때마침 오늘은 읍내 장날입니다. 끝자리가 1과 6인 날은 모두 장이 들어섭니다. 한 달에 여섯 번씩 돌아오는 그날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부터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눈에 두드러진 명확한 구역은 보이지 않으나, 적당한 자리를 물색한 그들은 트럭에서 짐을 내리느라 바빠 보입니다. 임시 천막을 치고 가판대에 팔 물건들을 늘어놓습니다.


저리도 열심히, 또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제가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원래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 핑계가 많은 법입니다. 열심히 사는 이들은 몸으로 보여줄 뿐입니다.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월 31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