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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06. 2024

내 인생의 소울푸드, 꼬막무침

질문 주제: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이번 주 수요질문을 받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솔푸드가 뭐지? 혹시 소울푸드 말인가? 그런데 소울푸드가 무슨 뜻이지?’

부끄럽지만 사실 처음 들어 본 말입니다. 일단은 제가 이만큼 세태에 뒤떨어지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다시 한번 절감하며 글을 쓰려합니다.


대략 그 의미는 짐작했습니다. 나무위키에 보면 소울푸드란 미국 요리의 일종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고유한 식문화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남부 흑인들과 관련된 음식이라고도 하고요.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소울’이란 단어에 무게가 실려 ‘영혼을 흔들 만큼 인상적이며 어릴 때의 추억이나 삶의 애환 등이 담긴 음식’이라는 말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의미로 말하는 것이 소울푸드라면 저의 소울푸드는 단연 꼬막무침입니다. 손질이 번거롭고 반찬으로 만들기가 까다롭긴 해도 반찬 가게라면 어디에나 있는 게 바로 꼬막무침입니다. 한두 번 먹을 만한 정도의 양이 5천 원쯤에 파는 걸 본 적이 있고, 두 번쯤 사서 먹었던 기억도 나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왜 이 음식이 제게 소울푸드가 되었을까요?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돌아가신 저희 어머님의 정성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희 어머님은 솔직히 많이 게으르신 분이십니다. 그런 당신에게도 무녀독남인 저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번거로운 꼬막무침을 두말하지 않고 늘 뚝딱 만들어내곤 하셨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번거롭다’고 한 말은 적어도 그때는 몰랐던 일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한 번씩 먹고 싶어도 아내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아냐며 ‘다음에 해 준다’는 말만 할 때면, 어머님이 그걸 만드시느라고 꽤 고생하셨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꼬막은 해감을 해야 합니다. 속에 머금고 있는 뻘을 토해내야 하니까요. 군소리 없이 꼬막 무침을 만드시던 어머님도 해감을 할 때마다 입맛이 별나다며 가끔은 저에게 입을 대시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잘 먹는 저를 보면 안 해 줄 수가 없다고도 하셨고요. 한 번은 그 해감의 장면을 유심히 본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결혼 후 아내가 꼬막 무침을 해 줄 때의 이야기입니다.


먼저 꼬막을 사 오면 물에 굵은 소금을 넣고 소금이 녹을 때까지 꼼꼼하게 저어줘야 합니다. 꼬막을 속이는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마치 바닷물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검은 비닐 등으로 감싼 후 한두 시간은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꼬막은 뻘을 뱉어낸다고 하더군요. 제게는 사실 마지막 절차가 더 압권이었습니다. 흐르는 물에 박박 문질러가면서 세척해 주어야 합니다. 최소한 서너 번은 물을 버려가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합니다. 깨끗한 물이 될 때까지 말입니다. 그때 저는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제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꼬막무침을 아내가 왜 선뜻 해 주지 않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인가 아내가 해 준 꼬막무침을 맛있게 먹고 있던 중에 아내가 그런 말을 제게 했습니다.

“그렇게 맛있어? 먹는 모습이 무슨 철없는 어린아이가 행복해하며 먹는 것 같네.”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그 오래전 어머니께서 제게 만들어 주셨을 때에도 그런 말씀을 하시곤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언젠가 한 번 아내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쎄가 빠지게 만들어 놓으니 마파람 게 눈 감추듯 한두 번 만에 먹어 버리니, 어떻게 다시 또 만들어 주겠어?”

당연한 말일 테지만, 이래서 아내와 엄마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나 봅니다. 말없이 꼬막을 한가득 사 오셔서 그 번거로운 해감 과정을 해내시는 어머님의 생전 모습이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


문득 꼬막무침이 먹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집 근처 반찬 가게에 들러 꼬막무침이라도 조금 사서 귀가할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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