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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06. 2023

하늘을 보라

서른한 번째 글: 그래도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날씨다. 마치 모든 것을 바싹 말려 태워 죽이기라도 할 듯 내리쬐는 태양의 기세가 무섭기 이를 데 없다. 약간의 그늘이 있는 곳도 예외는 없다. 게다가 요즘은 분명 그늘이 있는 곳에 서 있는 데도 종종 햇빛이 내리쬐곤 하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지금은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에어컨이라는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 곳에선 조금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숨이 탁탁 막히기까지 한다. 온열질환 등으로 인해 실신하거나 심지어 유명을 달리하는 분들도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나름인 것 같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난 요즘 시간이 나면 밖으로 자주 다니곤 한다. 물론 나라고 해서 이 폭염이 반가울 리는 없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이 아무리 건강에는 좋지 않다고 해도 이미 몸이 그렇게 길들여진 이상은 그놈의 에어컨을 포기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의 사진은 내가 살고 있는 대구 지역의 내일 하루 동안의 기온 변화표이다. 그나마 내일은 그래도 비교적 날씨가 덜 더운 편에 속하는 것 같다. 낮 최고 기온 34도, 최저 기온은 26도이다. 34도라고 하면 사실 덥다고 말할 정도는 아닐 수 있을 테다. 어제까지만 해도 낮 최고 기온이 37도를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34도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그저 수치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에겐 기상청에서 관측한 절대적인 수치로서의 기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쩌면 체감 온도가 더 중요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낮 최고 기온은 34도이나 체감온도는 40도에 충분히 육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걷기를 좋아하는 나 역시도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 걷다 보면 가끔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날씨가 좋다, 는 헛소리를 하기도 하고, 방금 전 시원한 음료를 사러 들어갔다 나온 편의점 안의 시원한 공기가 금세 그리워지면서도 쏟아지는 햇빛을 고스란히 받기 위해 또 한 발을 내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올려다봤자 워낙 내리쬐는 햇살이 강렬해 빤히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어렵다. 어차피 이 내리쬐는 햇빛을 어찌할 수도 없고, 치솟은 기온을 내릴 방법도 없으며, 온몸에 땀이 흘러내리는 걸 막을 방법도 없다면, 아주 약간은 이 폭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감히 이렇게 말해볼까 한다.

그래도 가끔은 하늘을 보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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