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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Aug 07. 2023

불면의 긴 밤

서른두 번째 글: 잠이 보약인데 잘 주무시고 계시는지요?

요즘 밤에 통 잠이 오지 않는다. 11시에 눕든 새벽 1시에 눕든 거의 기본적으로 새벽 2시 정도를 넘겨야 잠에 들곤 한다. 어젯밤에도 12시 조금 넘어 누웠는데 3시가 넘어서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그러고는 5시 40분에 일어났으니 2시간 반 정도 잔 셈이다. 당연히 지금의 상태는 비몽사몽이다. 오늘 또 이 무더운 하루를 어찌 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낮에 커피를 몇 잔 마시곤 하지만, 민감한 사람처럼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벌렁거려 잠을 청하지 못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건 성인이 된 이후로는 변함이 없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낮 동안 몇 잔의 커피를 마시든 자는 데는 아무런 애로 사항이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체질이 바뀐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낭설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체질이 바뀌기도 한다는데 과연 그런가 싶었다. 정말 이제는 나도 낮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이루는 체질이 되었단 말일까?


휴일은 그래도 큰 상관이 없다. 정 안 되면 조금 더 늦게 일어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처럼 출근해야 되는 날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버젓이 눈을 뜬 채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미칠 지경이다. 당장 일어나 뭔가를 하려 해도 그것도 여의치 않다. 예를 들어 새벽 2시가 되는 걸 보고 나면 막상 일어나 앉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앉으면 금세 3시가 지나고, 어찌어찌하다 4시 정도를 넘어서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자동적으로 계산을 하게 된다. 지금 자는 것이 더 유익한지, 안 자고 버티는 것이 더 유익한지를 말이다.

그러다 결국엔 밤을 지새우게 된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해서 밤을 새운 것만 해도 벌써 올해 들어서 다섯 번 정도는 된다. 당연히 이제는 밤을 꼬박 새우고 나면 다음 날 하루를 견딜 자신이 없다.

- 그러다 몸 망가지기 일도 아니니 잠은 꼬박꼬박 자라.

한 번씩 잠을 안 자고 버틴 날은 으레 아내에게 듣게 되는 말이다.


지금의 이런 증상을 불면증이라고 한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백과사전에서 정의한 불면증은 적절한 환경과 잠잘 수 있는 조건이 구비되었지만 2주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지칭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2주가 아니라 1주일도 지속되진 않는다. 주말엔 지나칠 정도로 잘 자기 때문이다. 쉽게 진단을 내리자면 평일 불면증 정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불면증은 잠들기 힘들거나 야간에 자주 깨거나 새벽녘에 일어나 잠을 설치는 경우 등이 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는 생활습관 요인, 환경적 요인, 신체적 요인 그리고 심리적 요인 등을 들고 있었다.


아마도 보나 마나 내 경우는 생활습관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리라. 생활습관 요인은 그 해당되는 좋지 않은 습관, 즉 약물 복용이나 흡연과 음주, 카페인 음료 섭취 등의 습관을 개선하면 될 테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심리적 요인에서 발생한다. 흔히 우리나라의 여성들이 특별한 증상은 없는데 어딘가 계속 아파서 병원을 가면 '화병'이라는 진단을 받아오곤 한다. 그러면서 내리는 처방이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받지 마라' 같은 식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과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성격이 어떤가에 따라 똑같은 자극에도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겠지만, 애초에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불면증의 심리적 요인이 바로 이런 스트레스와 극심한 환경 변화에 있다고 한다. 대체로 매사에 관심이 적은 사람이, 남의 일에 신경을 덜 쓰는 사람이 잠을 잘 자게 되는 이치도 이런 것이겠다. 어쨌거나 이 심리적인 요인을 방치하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하니 마음을 놓아선 안 되겠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적절한 처방이 뒤따라야 할 차례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잠만 잘 잔다면 별다른 보약이 필요 없다는 말이겠다. 하루빨리 이 지긋지긋한 불면증에서 해방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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