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0일 일요일, 딱 가을 날씨, 그러나 점점 차가워지고 있는 중
마지막 일요일이다. 나흘 뒤면 드디어 우리 딸은 시험장에 가 있게 된다. 딸아이가 시험을 치를 장소가 어디인지 아직 나는 모른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럴 때 필요 이상의 관심은 괜스레 신경만 건드릴 수 있다. 제 입으로 말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공부는 얼마나 되었는지,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냥 방에서 공부하다가 밥을 먹으로 밖에 나오고, 어디 아픈 데가 없어 보이니 괜찮은가 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다.
34년 전의 이맘때로 돌아가 보고 싶다. 그때 나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시험을 맞이했을까? 너무 오래된 일이라 그런지 자세한 상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며칠 전부터 상당히 긴장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물론 시험 당일 아침에도 참 많이 떨었었다. 그때는 추운 날씨가 좋은 핑곗거리였다. 5교시까지 시험을 쳤는지, 6교시까지 쳤는지 기억에는 없는데, 시험을 다 친 순간 이러려고 도대체 몇 년을 앞만 보고 달려왔나 싶어 허탈감에 휩싸였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아들도 그랬다는 걸 보면 아마도 나흘 뒤 딸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뭐, 어쩌겠는가? 적어도 그 점에 대해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것도 다 커나가는 과정이다. 스스로가 딛고 올라설 수 있어야 할 테다. 과연 딸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밥을 먹고 저렇게 제 오빠와 농담을 주고받고 있는 걸까? 그만큼 긴장된다는 뜻이 아닐까?
정말 이제 디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저 빌고 비는 것 외엔 내가 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