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평온한 가을 날씨
오늘은 빼빼로 데이다. 누가 처음에 생각한 건지 몰라도 정말이지 머리 하나는 잘 썼다. 어지간해서는 돈 주고 사 먹는 일 없는 빼빼로가 불티나듯 팔린다. 몇 년 전엔가 대구에서만 11월 11일에 빼빼로를 4억 원어치 팔았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었다.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1년 동안 파는 빼빼로의 총량을 하루 만에 판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장삿속에 놀아나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별도리가 없다. 이미 연례행사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가래떡 데이라고 했던가? 한때는 우리 정서에 맞니 마니 하더니만 이젠 그조차도 흔적도 없다. 결국은 대세에 밀려버린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우리 음식이 좋다지만, 솔직히 가래떡 데이는 뜬금없다.
명색이 담임으로서 뻔한 상술에 놀아나지 않겠다,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며 오늘은 빼빼로를 준비하지 않았더니 오히려 애들에게 받고 말았다.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들이미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다른 날 아이들에게 뭔가를 보답해야 할 것 같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빼빼로 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