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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12. 2024

수능 이틀 전

사백 마흔여덟 번째 글: 기어이 오고야 마네요.

드디어 내일모레가 되면 결전의 날이 옵니다. 202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입니다. 이 하루를 위해 전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이 피땀을 흘려 왔습니다. 좋게 말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날입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자면 어딘지 모르게 잔인한 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고등학교 3년 간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단 하루 만에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이건 분명 지나칠 정도로 잔인한 일입니다. 사실 말이 좋아 3년이지,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을 고려한다면 초중고등학교 12년 간의 마무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어린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으며 길고 긴 세월을 버텨 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에 와 입시 제도의 문제점이 어떠니 저떠니, 전인교육의 중요성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하나 마나 한 탁상공론일 뿐입니다. 어쩌면 어떻게 해도 입시 지옥이라는 작금의 이 암울한 현실을 피해 가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12년 간의 교육을 하루 시험으로 결정한다는 게 잔인하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대학 입시 전형이라는 속성상 어떤 식이 되었든 평가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시 전형에 문제가 많다, 가면 갈수록 폐단이 드러난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더 많은 대학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며 수시 전형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막상 실시해 보니 정시 못지않은 문제점을 수시 제도가 안고 있다는 것을 결국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 수시 전형이 금수저 전형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하루의 시험으로 학생의 미래가 결정되는 현실이 잔인하다고 했지만, 이젠 자소서 한두 줄에 아이의 인생이 달려 있고, 학생의 3년 간의 제반 결과물을 대학교 측에서 검토하고 학생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에 평균적으로 고작 12분이 드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자소서를 어떻게 쓰느냐가 아이의 당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 마는 상황인 것입니다.


중학교는 그렇다고 쳐도 고등학교 3년 동안 아이가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나느냐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선생님이 얼마나 애착이 있는 성향이냐에 따라 아이의 1년이 결정된다는 믿음이 현실화됩니다. 그 믿음은 3년 내내 지속되고,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무심한 담임선생님을 만났을 때 자소서의 충실한 작성은 기대하기 힘든 이상한 현실에 처하고 맙니다.


고3 아이의 학부모가 되다 보니 듣기 싫어도 주야장천 들어야 하는 유행가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다분히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여겨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일이라고 생각을 하니 마냥 이기적인 바람이라는 말로 단정 짓기도 어렵습니다.


어쨌건 간에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수능 시험은 곧 치러집니다. 그게 12년이 되었든 최소 3년이 되었든 아이가 달려온 그 길에 대한 나름의 보상이 주어지는 날입니다. 이미 같은 경험을 한 부모의 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닌 듯 생각되어도 지금 아이가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 마냥 편하게 생각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조금은 더 긍정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면 수능 시험이 끝나면 이제 저희 아이도 곧 성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방바닥을 기어 다니고 유모차에 밀고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언제 저만큼 자라나 벌써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요? 아이만 나이를 먹은 게 아니라 저 역시 그만큼 늙어 버렸다는 뜻이겠습니다.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합니다. 그동안 공부한 만큼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후회 없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최대한 담담하게 시험을 치러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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