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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12. 2024

넥스트 도어

0884

I

눕혀져 있는 것을 세워놓고 바라본다

온통 세상이 울렁거린다


세워져 있는 것을 눕혀놓고 바라본다

온통 천하가 잠잠해진다


길을 가다가 멈추어 온 길을 돌아본다

낯선 과거가 거기에 구겨져 놓여 있다


생존은 이곳의 공간을 비우고 저곳의 공간을 가지는 일 구멍 숭숭 난 곳을 시간으로 메운다


II

詩로 옷을 해 입는다

시옷


시옷은 사람이다

ㅅ=人


사람을 뒤집으면 와이다

Y-> WHY

물구나무를 서자 이내 궁금해진다


왜 말言은 절寺로 갔는가


III

잘한다는 말은 다양하게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모르겠단 말은 습관일 수도 있고 판단일 수도 있다


커다란 종이를 둥그렇게 말아 입에 대니 확성기다

손에 쥐니 몽둥이다 이마에 대니 챙 달린 모자다 얼굴에 가져가니 가면이다 물건을 싸니 보자기다

동그랗게 구겨서 던지니 공이다 통에 들어가자 쓰레기다 태우니 재 문지르니 먼지다 부니 연기다


종이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나는 무엇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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